최요삼은 살아있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2-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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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2월 25일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챔피언 최요삼과 도전자 헤리 아몰(인도네시아)의 1차 방어전 경기 장면. 최요삼이 헤리 아몰을 10라운드에 다운을 빼앗은 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최요삼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뉴시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크리스마스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 산타, 루돌프사슴, 크리스마스카드, 선물, 사랑, 평화….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참 낭만적이고 따뜻하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다. 누군가에겐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꾹꾹 참아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눈물로 씻어내야 하는 날이다. 최소한 고(故) 최요삼의 가족에게는 그렇다.

7년 전 크리스마스를 똑똑히 기억한다. 여느 크리스마스처럼 들뜬 오후였다. 거리엔 크리스마스트리 사이로 잔잔한 캐럴이 흘러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었다.

서른세 살 노장 복서는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사각의 링 위에 올랐다.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챔피언 최요삼은 헤리 아몰(인도네시아)과의 1차 방어전에서 마지막 12라운드 종료 직전까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도전자 헤리 아몰의 오른손 훅이 최요삼의 얼굴에 적중되는 순간 모든 것이 날아갔다. 최요삼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뚜기처럼 일어나 챔피언벨트를 지켰지만 경기 종료 직후 뇌출혈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9일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최요삼은 헤리 아몰과의 경기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입원 나흘 뒤인 29일 오후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뇌압측정기와 산소호스를 부착한 채 힘겨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그는 한국 남자 프로복싱 마지막 챔피언이자 영원한 챔피언이다. 그러나 그가 떠난 한국 복싱계에는 한파가 불어닥쳤다. 최요삼 이후 7년 동안 단 한 명의 세계챔피언도 탄생하지 않았다. 여자 복싱은 간신히 세계챔피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스폰서 난으로 방어전조차 치르지 못하고 챔피언벨트를 반납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젠 선수 인프라도, 스폰서도, 복싱팬도 없는 무관심 종목으로 전락했다. 마치 최요삼의 저주처럼 말이다.

하지만 무정한 세월도, 복싱계 거친 한파도 최요삼의 못다 핀 꽃을 시들게 하진 못했다. 그의 장기는 6명에게 이식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다. 포기를 몰랐던 그의 도전정신은 우리의 뜨거운 가슴에 녹아 있다. 맨주먹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불굴의 의지와 투혼은 위기에 처한 한국 프로복싱과 온갖 비리에 찌든 체육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무엇보다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다. 활활 불타던 열정은 강남의 한 복싱 체육관으로 다시 태어나 희망 불씨를 살렸다. 이달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문을 연 Y3복싱클럽이다. 이 체육관의 관장은 다름 아닌 최요삼의 친동생 최경호(38) 씨다. 최요삼의 생전 목표였던 강남 소재 복싱체육관 개관을 동생 최경호 씨가 형이 떠난 지 7년 만에 이루게 됐다.

그는 한국 복싱 미래는 밝다고 했다. 최근 복싱 중계방송 시청률이 케이블방송으로는 드물게 1%가 넘었고, 복싱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과거 황금기만큼은 아니지만 헝그리스포츠에서 생활체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복싱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최경호 씨는 현재 Y3복싱클럽 관장이자 버팔로프로모션 본부장으로서 지난 2년간 국내외 약 15개 복싱대회를 주최ㆍ기획, 침체된 국내 프로복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형의 빈자리를, 아니 형이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하기 위해 기억하기도 싫은 현장에 뛰어들었다. 죽는다는 건 몸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잊히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더 희망적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의 심장에선 최요삼이 요동치고 있다. 최요삼은 죽지 않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한국 프로복싱 미래는 아직 희망적이다.

▲최요삼의 생전 뜨거웠던 열정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Y3복싱클럽으로 재탄생했다. 동생 최경호 씨가 형이 떠난 지 7년 만에 문을 열었다.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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