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승계 대해부] 한진, 지주사 재편 막바지… 승계기반 닦는 長子 조원태

입력 2015-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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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조직위 등 바빠진 아버지 대신 경영권 행사 기회 많아져… 1600억 승계재원 확보는 과제

지난 4월 23일 오전 11시 한진칼 본사.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주력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수직화된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한진칼이 정석기업의 투자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의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이번 흡수합병 결정은 지주사 체제의 방점인 동시에 승계구도를 위한 포석이다. 지주사 지분만 후계자에게 물려주면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의 후계구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금 마련이 급해진 장자(長子) = 한진칼이 정석기업의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면 조양호 회장은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합병에 따라 조양호 회장은 신주 120만주를 받는다. 합병 전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5.63%였다. 오는 7월 합병이 완료가 되면 17.83%로 상승한다. 합병신주 발행으로 정석기업 지분이 없는 조원태 부사장 등 자녀들의 지분은 각각 0.01%포인트씩 낮아지지만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합계는 30.1%에서 30.51%로 0.5%포인트 높아질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이 66세이고 활발한 대외활동을 할 만큼 건강하다는 점에서 후계자를 위한 지분승계 작업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그룹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큰아들인 조원태 부사장의 입장에서는 지주사 체제 완성은 지분 승계를 받기 위한 세금 부담이 현실화되는 계기다.

현재의 주가를 감안하면 조양호 회장이 현재 보유한 한진칼의 평가가치는 3200억원 수준이다. 합병 후 지분 승계가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1600억원가량의 증여세 부담이 생길 전망이다. 향후 주력계열사들의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투명화 등으로 한진칼의 주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조원태 부사장의 개인 자금 부담은 커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조원태 부사장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개인 현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진칼이 최근 공시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질권 설정 계약 내역을 보면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을 충당하지 못해 한진칼 주식 42만2000주를 세무당국에 담보로 제공하고 연부연납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이뤄진 한진칼 유상증자에 납부한 자금도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또 향후 지분 승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진칼의 특수관계인 총 지분율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물납 형태의 세금 납부는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원태 부사장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지분 승계를 위한 개인적인 현금 확보에 서서히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경영권 승계 빨라질 듯 = 지분 증여 작업에 앞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경영권 승계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지주사 체제 전환 발표하면서 후계자를 장자로 낙점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3월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부사장을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또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총회 이후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그룹 후계구도 방향에 대한 회장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양호 회장이 자신의 빈자리를 조원태 부사장이 언제든지 메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셈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향후 대외활동이 급격히 많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원태 부사장이 지주사 이사회를 통솔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행사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현재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 등 그룹 1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상태다.

게다가 조양호 회장 자녀들이 한진칼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경영일선에서 배제되면서 경영권 승계구도가 조현태 부사장 중심으로 유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가 완성됨에 따라 조원태 부사장의 입김이 그룹 전체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회장의 대외활동이 급격히 많아질 수밖에 없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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