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29]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입력 2015-12-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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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상 쿵게임즈 대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살아 왔다. 어릴 적부터 틀에 박히고, 형식적인 환경에 대한 거부감 탓인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들을 동경해 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고착화된 조직의 한계성은 이러한 나의 가치관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들은 이러한 생각을 다소 이상적이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틀에 박히지 않고, 창의적인 가운데 유쾌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 이러한 생각들을 토대로 시작한 출판사업부터 IT(정보통신) 관련 사업들이 많은 경험과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관심과 열정이 식지 않을, 혹은 조금 더 오랜 시간 지속돼 승화시킬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낸 결론이 바로 게임이다.

사람들은 보통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모바일)에서 새로운 시도(캐주얼 열풍+쿼터뷰 액션 RPG가 아닌)를 해보고 싶었다. 쿵게임즈의 신작 코덱스는 캐주얼 게임들의 성공 시대에 그 동안 다양한 플랫폼에서 오랜 기간 게임을 즐겨 온 유저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경험을 제공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캐릭터로 타격감(손맛)과 육성의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으로, 크게 보면 액션 RPG라는 장르에 포함된다. 문제는 우리가 보유한 리소스가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버리고 갈 수밖에 없었고 잘할 수 있는 것들만 극대화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코덱스다.

코덱스의 개발 초기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지금처럼 성숙하지 않았다. 애니팡 등의 캐주얼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고, 우리가 시도하려던 비교적 하드한 장르의 게임들은 모바일 환경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퍼블리셔들을 설득하는 데 쏟아야 했고, 퍼블리셔들이 원하는 요소들에 대한 절충도 쉽지 않았다. 예상하겠지만, 스타트업 개발사가 장기간 매출 없이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은 온갖 어려운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쿵게임즈 역시 2년 넘게 그 과정을 겪었다. 그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한 믿음 내지는 신념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넘겼고 이제 코덱스의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호사가들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자가 강자다’ ‘버티면 기회가 온다’ 등 온갖 미사여구로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우린 살아남기 위해 버틴 것도 아니고 강자가 되려고 살아남지도 않았다. 다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잘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했을 뿐이다.

게임 개발사 운영자 중에는 어떤 조직으로 만들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유쾌한,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 덕에 그간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버틸 수 있었다. 유사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러한 행위가 엉뚱함보다는 당연한 조직 문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유저로서 신선하고 즐거운 UX에 대한 갈망은 당연한 것이고, 개발하는 입장 또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문화를 형성해 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참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물론, 익명성 보장을 통해 다양한 매체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겸손과 끈기를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상, 특히 조직 또는 회사 분위기상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고 논리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계속 자제하다 보니 스스로 의견을 표현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혹은 비논리적인지 다듬어 나갈 기회가 적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해야만 좋은 아이디어가 원활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런 분위기가 정착해 가고 있다.

그 덕분인지 코덱스 외에도 조만간 Devil’s Deal(CCG 기반의 스토리텔링형 추리물 게임)이라는 게임을 영어권에 테스트 론칭한다. 그 외에도 VR 플랫폼에 맞춰 게임 콘텐츠를 새로 제작하거나 리메이크 중이다. 앞으로 게임 시장의 미래는 VR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기술적, 산업적으로 생각해서가 아닌 한 명의 게임 유저로서 VR 게임을 경험해 본 후 확실히 느꼈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일으킨 혁명과도 같다. 물론,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보다는 비교적 천천히 변화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에 비해 ‘천천히’란 얘기다. 본격적인 VR 게임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많은 노하우와 콘텐츠를 준비해 두는 것이 쿵게임즈의 목표다. 앞으로도 새로운 게임을 구상하고 만들어낼 것이며, 새로운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역동적인 회사가 될 것이다.

성공 사례를 모방하기보단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과 새로운 도전만이 정체된 시장의 활력소 내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같은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고 결국엔 다양성을 지닌 좋은 생태계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에 만족해하는 것보다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요소들은 원 없이 즐기고, 부족한 부분들은 언제든 피드백을 해주시면 좋겠다.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것과 개발은 다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잘한 것은 칭찬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채찍질해 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소규모의 게임 개발사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결국엔 다양성을 지닌 좋은 게임 생태계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쿵게임즈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전민상 대표 약력

대원외국어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도서출판 우리글 CSO

㈜드라이베르트 전략기획팀장

㈜데브클랜 CSO

현재 쿵게임즈 대표이사

쿵게임즈 연혁

2010/10 ㈜데브클랜(현 (주)쿵게임즈) 법인설립

2010/11 ㈜쿵게임즈 사업자등록, 사업개시

2010/12 벤처기업등록(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보증기업), 기술보증기금 R&D평가 특례보증

2012/10 전민상 대표 취임

2013/01 KT와 PF 계약 체결

2013/09 사명 ㈜쿵게임즈로 변경

2014/09 6.85억원 외부투자 유치(유상증자 1.85억 BW 5억원)

2014/11 11억원 외부투자 유치(BW 11억원)

2015/02 22.5억원 외부투자 유치(유상증자 22.5억원)

2015/06 ㈜쿵게임즈 부설연구소 설립

전체 게임 콘텐츠 소개

<미드코어 게임>

* Codex - 기존 모바일 게임을 완전히 뛰어넘는 고퀄리티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액션RPG.

* Devil's Deal -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잔혹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아름답고 개성적으로 묘사된 캐릭터 카드로 플레이하는 TCG.

<캐주얼 게임>

* High Arc-쉽고 간단하게 터치와 드래그만으로 이루어지는 농구 게임.

* Cheesy Street - 터치와 슬라이드만으로 진행하는 단순하고 쉬운 조작의 러닝 게임.

* Jumpu & Falling Lion - 핸드폰을 살짝 비틀어 캐릭터를 하늘 높이 올리는(혹은, 하늘에서 내리는) 자이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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