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처음처럼', 오늘부터 음식점서 5000원? 소줏값 내려야 정상 아닌가요?

입력 2016-0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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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응답하라 1988')
(출처=tvN '응답하라 1988')

소주는 반백 년 동안 서민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했습니다. 얄팍한 지갑 사정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술이었죠. 퇴근길 들르는 집 앞 포장마차에서도 만원짜리 한두 장이면 충분했고요. 친구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이는 ‘소주 한 잔 할까? 내가 쏠게’란 말에도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미생의 고단함을 위로하던 소주가 변했습니다. 3년 만에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죠. 판매량 1위 ‘참이슬’(1015원)은 지난해 11월 출고가가 5% 인상됐고요. ‘금복주’(1015원), ‘O2린’(1016원), ‘한라산 소주’(1114원)도 줄줄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처음처럼’은 오늘부터 1006원(5.54% 인상)에 납품된다고 합니다.

500원,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는 음식점 메뉴판은 벌써 ‘소주 5000원’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더는 서민의 술이 아닙니다.

“도수가 낮아지면 가격이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소주는 물에 주정(알코올)을 희석해 만듭니다. 80%가 물이고, 19%가 주정입니다. 나머지 1%는 단맛을 내는 첨가물(감미료)이죠. 도수가 낮아진다는 건 물을 많이 섞는다는 얘기입니다. 단순 논리 따지자면 원가가 하락하니, 가격을 내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왜 제조사들은 소줏값을 올리는 걸까요?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마트에 빈 병을 가져다주면 소주는 40원, 맥주는 50원을 돌려줍니다. 이 돈은 출고가에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는 빈 병을 더 많이 회수하기 위해 내년부터 보증금을 각각 100원, 130원으로 올릴 계획입니다. 제조사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유, 박보영과 같은 빅스타들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첨가물 가격 인상과 포장비용 증가도 소주 출고가를 끌어올렸죠.

(출처=블로그 '은주의 맛집')
(출처=블로그 '은주의 맛집')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 고려하지 않고 담배에, 소줏값까지 줄줄이 오르니 서민들은 슬슬 화가 납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MB물가’까지 따로 만들어 가격을 통제하던 정부였습니다.

소줏값,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소줏값은 '원가 47%+세금 53%'로 구성됩니다. 출고가가 1000원이라면 470원은 제조사가 갖고, 530원은 정부가 갖습니다. 이 세금은 주세 338원(원가의 73%), 교육세 101원(주세의 30%), 부가가치세 91원(원가+주세+교육세의 10%)으로 이뤄져 있죠.

‘세금이 너무 많다’라는 비난에도 정부는 주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서민들의 반발은 큽니다. 2005년 참여정부, 2009년 MB정부 모두 주세율 인상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여론의 뭇매에 밀려 계획을 접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원가’를 올린 겁니다. 증세 논란 없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죠. 이번 소줏값 인상으로 확보되는 추가 세수가 얼마인줄 아십니까? 928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소줏값 인상은 디플레이션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술ㆍ담배 가격 인상이 차지한 비중은 84% 입니다. 만약 술ㆍ담배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1%에 불과했을 겁니다. 세수 확보에 디플레이션 방어까지, 정부로선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푼 셈’입니다.

(출처=jtbc '썰전')
(출처=jtbc '썰전')

미생들 주머니 사정은 언제쯤 나아질까요.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아도 살림살이 걱정은 좀처럼 줄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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