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39] 잘 하는 일ㆍ하고 싶은 일ㆍ해야 하는 일, 이 셋의 조화

입력 2016-03-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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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식 와이더플래닛 대표

통신·포털·유통…18년간의 직장생활

만 40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창업

빅데이터 기반 개인맞춤형 플랫폼

산업 생태계·소비자 가치창출 목표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미래 결과는 과거에 했던 일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인과 결과이므로 이미 어느 정도는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로서 ‘심은 대로 거둔다’ 혹은 ‘인과응보’와 유사한 말이라 하겠다. 필자가 텔레콤사(SK telecom), 검색마케팅 플랫폼(Over ture), 포털사(카카오·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유통제조사(한샘)에서 18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2010년 기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가슴속 깊이 새겨놓고 되뇌는 격언이기도 하다.

기업 설립 후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면 과거·현재의 열정, 노력·투자 없이 원했던 미래 결과를 만든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과거·현재 투자 대비 원했던 미래 목표 수준을 100% 달성하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도전과 실패, 작은 성공의 순환 과정을 부단하게 반복하면서, 과거·현재 시점 투자에 대한 미래 목표 달성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기업 경영자로서 큰 보람이라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테헤란로 IT밸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창업 후 2년 동안 방배동 한 건물의 지하 3층에서 서너명이 도전정신을 불태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암담한 상황이었으나 우리의 모든 역량, 열정을 쏟아붓는 투자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속한 산업 생태계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가치를 반드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비전을 갖고 도전했던, 그리고 현재 우리 회사 존립의 근간이 만들어진 소중한 시기였다. 기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격언은 기업가로서 필자의 소중한 금언이 되었다.

필자는 22세 때 종합무역상사(SK네트웍스 화학제품 선도거래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현장 업무가 가장 중요한 종합상사에서 일을 배운 뒤 만 40세에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진정한 경영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준비 과정 없이 기업을 일으키고 견고한 기업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창업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꽤 장기적인(약 20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런 연유로 종합상사 이후 텔레콤사, 검색마케팅 플랫폼, 유통 제조사를 거쳐 비교적 늦은 나이(만 40세)에 기업을 창업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다양한 케이스의 경험 누적 및 사업·조직운영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큰 리스크에 대한 공격적 도전을 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 및 고유 특성(예를 들어 기술집약 사업인지, 영업중심사업인지, 유통기반 사업인지 등), 사업환경(고객특성, 경쟁구도, 유통구도 등), 그리고 기업이 속한 산업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 역량에 따라 다르므로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필자의 경우 경영하고 있는 기업은 ‘디지털 사용자 행태·기호 빅데이터 분석 기반 추천 엔진플랫폼’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전문성 및 일정 기간 경험이 필요하다. 쉽게 설명하면 디지털 사용자의 기호와 관심을 빅데이터 분석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광고 콘텐츠를 추천·전달하는 일이다. 마케팅 콘텐츠를 알리고자 하는 기업과, 그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선별해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인 것이다.

기업은 마케팅 효과·효율을 제고하고, 사용자는 관여도 높은 콘텐츠를 소비해 매체 이용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 사용자, 매체 등 산업 생태계의 주요 참여자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이익을 높여주는 데 기여하게 된다.

관찰 넘은 통찰, 의사결정의 바탕

‘인생도처유상수’…부단한 배움

기업 경영은 결국 도전과 응전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 찾기

왜 기업을 하는가에 대한 의견 개진에 앞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경영자 입장에서 기업가정신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스펙트럼으로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인데, 가령 전쟁에 임하는 장수의 경우 가장 큰 승률(가치)을 창출하는 리더(기업가)가 전장의 종합적 상황에 따라 덕장(德將), 용장(勇將), 지장(智將)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결단은 통찰을 먹고 산다’는 말로 대변하고 싶다. 기업을 일으키고 준비하는 단계, 실제 시작하는 단계, 경영을 하면서 매순간 수많은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단계 등 모든 단계에서 ‘결단은 통찰을 먹고 산다’는 말이 항상 유효하다고 본다.

가령 기업의 한정된 자산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누가 이 일을 맡고 책임지고 추진하여 성공시킬 적임자인가, 어느 시점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것인가, 시장의 수요에 비해 너무 빠르게 혹은 늦게 진출하는 것은 아닌가, 경쟁구도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차별적 장점은 무엇인가 등. 어떤 결단을 내릴 경우에도 깊은 통찰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이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라면, 통찰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축구감독에 비유하자면 관찰은 그라운드에서 각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라면, 통찰은 축구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선수 22명의 역학구도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얘기겠으나 기업가는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하고, 시·공간 전체 역학구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결단을 내리는 역량 역시 필수적이다.

위와 같은 기업가정신에 기반해 필자가 기업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역량으로 스포츠 산업과 일반인들에게 가치 창출(기여)하고, 백남준 선생이 비디오 아트 역량으로 예술 산업과 일반인들에게 가치 창출하듯이, 기업가는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산업 생태계와 일반인에게 가치 창출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국내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뿐 아니라 해외의 기업, 사용자, 매체에 우리 회사의 플랫폼으로 가치 창출하는 것이 기업을 하는 명분이자 이유다. 또 이 지난한 과정이 기업가의 소명이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과정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정도전이 ‘임금의 부지런함’으로 정의한 ‘청정(聽政), 방문(訪問), 수령(修令), 안신(安身)’을 하루 일과에 적용해 실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는 경청·결정하고, 낮에는 사람을 만나 제안을 주고받고, 저녁에는 다음 날 지시할 사항들을 다듬고, 밤에는 몸을 편안히 한다는 의미다. 또 부단한 배움을 위해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를 늘상 상기하며 누구를 만나더라도 장점을 보고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말은 인생을 살다 보면 여기저기 고수(상수)들이 많으니 누구에게나 항상 배운다는 뜻이다.

기업을 일으키고 경영함에 있어서 창업자가 즐기고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필수적이다. 이 3가지가 잘 조합되는 경우가 성공 개연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성공 확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이 즐기고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냉철한 판단은 대개 직장 경험을 통해 깨닫고 검증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 목표 달성이라는 가치 하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함으로써 실제 케이스 스터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일부터 의미를 찾는 습관이 중요하다. 현재 직장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은 진검 승부를 앞두고 목검으로 경험을 쌓는 것과 동일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쓸데없는 순간은 없다.

기업 경영은 목검 승부가 아닌 진검 승부다. 진검 승부는 목검이 주지 못하는 ‘살벌하지만 즐거운’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를 겸허하게 돌아보도록 만들어준다. 더 많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이 진검 승부의 묘미를 즐기기를 바라며, 멋진 진검 승부 도전과 응전을 통해 산업 생태계와 기업가 모두에게 더 큰 가치가 창출되길 기대해 본다.

구교식 (주)와이더플래닛 대표

1969 서울 출생

1988 여의도고 졸업

1989 서강대 경영학과 입학

1993 SK그룹 입사(SK네트웍스, SK telecom)

2003 Yahoo·Overture 마케팅헤드

2005 (주)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 마케팅 본부장

2007 (주)한샘 마케팅 임원

2010~현재 (주)와이더플래닛 대표

2014 Stanford university d.school human-centered innovation & leadership program 수료(미래창조과학부 후원)

2015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2015 KAIST 최고위과정 수료

2016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Shanghai Jiao Tong Global Executive MBA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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