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숙 양평원장 “양성평등은 법ㆍ제도보다 사회인식 변화로부터”

입력 2016-05-10 11: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학교서 배운 원칙 사회서 안통해…사회 시스템 바꾸는 건 교육의 몫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이 서울 은평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이 서울 은평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 연설에서 한 말이 있죠. ‘우리는 앞을 내다보고 점을 연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중에 회고하면서 연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각각의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 믿어야 한다’고요. 이 말을 믿게 됐습니다. 제가 겪었던 각각의 일들이 결국 지금의 자리에 저를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임 100일을 넘긴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의 말이다. ‘여성을 위한 무언가를 해야겠다’란 남다른 다짐을 가져온 건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거의 모든 이력이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일하다 유학을 가 교육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막연하게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겠거니 생각했죠. 귀국해서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곳이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었습니다. 좀 다른 분야인가 했지만 아니었어요. 여성, 페미니즘은 사실 모든 교육에 묻어있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잘 교육받은 여성’이 사회에 나와 함정에 잘 빠집니다. 학교에서 배운 원칙과 규범이 사회에선 안 통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기는 좌절과 포기를 내가 나서서 풀어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연구원 시절 그런 의도로 연구를 시작해 만든 ‘작품’ 중 하나가 교육계의 유리천장에 대한 보고서였다. 여자 교사들이 고위직에 못 오르고 대학 교수 가운데 10%도 여성이 차지하고 있지 못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이 보고서는 결국 여교수 채용 목표제를 도입토록 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대학들은 이제 직접 교육부에 여교수를 얼마나 채용하고 있는지 그 비율을 보고해야 한다. 둘째를 낳고 경력단절 여성이 됐던 경험을 기반으로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의 기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구가 정책으로 현실에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양평원장은 다시 그가 ‘교육’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성 인지(Gender awareness), 즉 특정 성별에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교육, 성희롱 고충상담원 등을 대상으로 한 폭력예방 교육이 주가 된다. 대중매체 모니터링도 강화했으며 여성역량 증진을 위한 본(BORN) 포럼도 운영 중이다.

“요즘 양성평등을 거론하면 남성들은 ‘여성들 지위 많이 올라가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 이렇게 말합니다.‘당신들이 보는 여성은 일부의 잘 나가는 여성들일 뿐’이라고요. 여전히 폭력과 피해에 고통받고 소외된 여성들이 더 많습니다. 이들에게 양성평등은 아주 먼 얘기일 뿐입니다.”

민 원장은 사회 시스템이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양성평등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법·제도만 앞서가도 안 된다. 사회인식을 바꾸는 일은 교육이 할 몫이다. 그래서 양평원이 짊어진 책임이 더 크다고 민 원장은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하이브 “민희진, 두나무·네이버 고위직 접촉…언제든 해임 가능”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송다은, 갑작스러운 BTS 지민 폭주 게시글…또 열애설 터졌다
  • '1분기 실적 희비' 손보사에 '득' 된 IFRS17 생보사엔 '독' 됐다
  • “탄핵 안 되니 개헌?”...군불만 때는 巨野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950,000
    • +0.3%
    • 이더리움
    • 4,203,000
    • +1.25%
    • 비트코인 캐시
    • 649,500
    • +3.34%
    • 리플
    • 721
    • +0.56%
    • 솔라나
    • 232,800
    • +3.15%
    • 에이다
    • 670
    • +6.52%
    • 이오스
    • 1,130
    • +1.8%
    • 트론
    • 173
    • +0%
    • 스텔라루멘
    • 149
    • +0.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9,100
    • +1.54%
    • 체인링크
    • 22,680
    • +18.5%
    • 샌드박스
    • 612
    • +1.1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