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상장 FI에 달렸다?… 재추진을 둘러싼 시선들

입력 2016-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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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들 상환전환우선주 전환 미지수, 공모규모 줄어도 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 상환 문제 없을지 주목해야… 수요 확보는 긍정적

재상장 추진… FI들의 선택은

“오늘(11일)도 두산그룹 계열 주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두산그룹을 불안하게 볼수록 두산밥캣의 가치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난해 두산밥캣의 상장 전 지분매각(프리 IPO)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이 같이 말했다. 재무적투자자(FI)인 이들의 분위기는 격앙됐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매각 물량이 너무 많다는 우려는 진작에 제기됐지만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가 밀어붙인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량이 많은데 수요예측에서 가격을 높게 제시할 기관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두산밥캣의 상장이 순조롭게 재추진되기 위해서는 지난해 7000억 원 가량을 이 회사 지분에 투자한 FI들의 선택이 핵심 변수가 됐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해피엔딩에 이를 수도, 아니면 슬픈 결말이 될 수도 있다.

두산그룹에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는 FI들이 "구주매출 하겠다. 지금 안 팔면 언제 두산밥캣 투자금을 엑시트(Exit)할 수 있겠냐"고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곤란해진다. 이번에 매각을 추진했던 두산밥캣 지분 48.0% 중 21.6%는 FI 물량이다. 두산은 재상장 추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공모주 물량을 30~40% 가량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쟁점은 누구의 구주매출 분량을 줄이냐는 것이다. FI들이 구주매출을 포기하지 않으면 두산그룹은 이들의 주식을 먼저 매각해줘야 한다. 지난해 약정사항이다. 최악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은 두산밥캣을 상장하고도 현금을 거의 건지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의 수가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는 않은 것으로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FI들의 의견이 모아지지는 않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구주매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는 피하고 배당금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지분은 향후 블록딜(Block dealㆍ시간외 대량매매)이나 장내에 처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 관계자는 "FI들은 매년 6.9%의 배당을 받게 돼 있다"며 "나쁜 조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바라는 것은 FI들이 보통주로 들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바꿔주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아니면 FI들의 보통주에 락업(Lock-upㆍ일정기간 매도제한)을 걸 수도 있다. 이 같은 조건이 있어야 두산밥캣의 오버행(Over-hangㆍ대량 대기물량) 우려가 줄어 투자자들의 관심으 끌 수 있다.

하지만 FI가 많을수록 이들 간의 의견이 일치되기 힘든 점은 변수다. 올해 11월은 고사하고 내년 1월 상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연내에 두산밥캣 공모주 기관 수요예측을 다시 실시해도 기업 가치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상장 조건과 상장 이후의 시장 상황 전략을 제대로 짜야한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의 FI는 한화자산운용, 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한화생명, 현대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내년 차입금 상환 문제 없을까

두산인프라코어의 발등에 불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조513억 원 규모의 차입금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중 5500억 원은 공모사채, 2150억 원은 사모사채, 2863억 원은 은행차입금이다.

이밖에는 이 회사가 2012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Step-upㆍ금리 상향 조정)이 예정돼 있다. 이 영구채의 만기는 2042년 10월 5일이지만 내년 10월부터 채권자는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러한 가능성에도 대비할 현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산밥캣의 공모 규모가 줄어 두산이 확보하는 현금이 줄어들면 이 파장은 그룹 전체로 번지게 된다. 자본 시장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악화 일로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밥캣의 상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차입금 상환 여력은 충분하지만 내년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1일 두산그룹 계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검토’에 등록했다. 한신평은 "두산밥캣 상장 지연으로 공모가격, 시기, 수량 등 모든 조건이 가변적인 상황"이라며 "상장 및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수요는 확보, 상장 재도전 긍정신호

두산밥캣을 둘러싼 시각이 모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가격 측면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1대1 이상의 수요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다. 두산과 FI과 낮은 가격을 감수하고 IPO를 단행했다면 할 수도 있었다.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됐다. 가격을 낮춰라. 그럼 투자하겠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두산이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다보면 시기는 변동될 수 있다"며 "연기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IPO 대표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과 JP모건도 미매각 물량을 떠안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투자자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계 투자자 확보가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JP모건이 더욱 적극 나설 수 있다. 이들 기관은 각각 두산밥캣 지분 35%를 인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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