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정책 진단] ②경제민주화...“목적ㆍ효과 불분명한 재벌개혁 양날의 칼”

입력 2017-05-16 11:02 수정 2017-05-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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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잘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장 기능을 훼손시키는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 횡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등 몇 가지 통제 장치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목적과 효과가 불분명한 재벌 개혁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력 집중 억제… 실효성 없어 ‘우려’ = 새 정부의 재벌개혁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을 모두 포함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보다 폭넓게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모회사 주주가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주주가 온라인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등이 대표적이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새 정부의 재벌 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벌 개혁 정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언제까지 어떤 수단을 써서 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청사진을 보여주고 최적의 접근법을 찾아야 하는데, 문 정부의 재벌개혁 공약은 구체성 없이 나열식으로 제시해 효과와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집중투표제나,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등은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벌은 아니지만 포스코의 경우 이런 제도를 이미 다 도입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실효성 있는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경제력이 집중되는 본질적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경제력 남용은 담합이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형태로 나타난다. 그는 불투명하고 복잡한 소유·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제 등 한두 가지 도입한다고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다양한 제도들이 갖춰지면 상승 작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있다”고 했다. 제도들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 찾아가다 보면 작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는 생각을 달리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유가 없는 규제는 없으며, 적합한 규제는 필요하다”면서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게 나쁜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력 집중 자체보다 경제력 집중을 남용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 마비시키는 행위를 규제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의 경우에도 도입한다고 해도 실제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한테 표를 몰아주는 방식인데 이사 진출 가능한 곳이 많지 않고, 이사 한 명이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도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함께 도입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 제도가 정비되고 유가증권시장만 제대로 작동해도 기업의 의사결정을 감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기업을 ‘나무’에 비유하며 “원시림을 생각해보면, 조건만 맞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라며 “경제도 손을 덜 타야(규제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국내 재벌들이 국내에서 뺏고 뺏기는 제로섬이 아닌데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도 부족한 때에 경제력 집중을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불법 행위가 있다면 투자자가 떠나게 되므로 대주주의 전횡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를 강하게 하면 기업은 숨게 되므로, 약하게 하더라도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주회사 규제…정책 일관성 없다는 지적도 =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지주사 자회사의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높여 지주사 규제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장 자회사 최소 지분율 요건을 30%로 지금보다 10%포인트 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회사는 계열사끼리 얽히고 설킨 순환식 출자고리를 정리해 지주회사 아래에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ㆍ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해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기업에 도입을 장려했다.

하지만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재벌의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문 정부는 지주회사가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것을 어렵게 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자사주 혜택을 줬는데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며 “지주회사 규제도 중요한 규제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반면, 조 교수는 “지난 20년간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던 정책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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