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 바뀌는 KT...암초 만난 황창규號

입력 2018-02-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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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된지 16년째지만 외풍에 CEO 리스크는 '현재진행형'

▲사진제공= KT
▲사진제공= KT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KT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황창규<사진> 회장의 퇴진설이 불거지고 있다. KT는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지 올해로 1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관례가 재연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31일 KT 전·현직 임직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KT 본사와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일부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T는 그동안 황 회장의 교체설에 대해 대응하지 않거나 묵인하는 등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황 회장 부임 후 외풍에 ‘끄덕없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던 KT 직원들은 이번엔 바뀔 수도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2014년 선임된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정기주주총회까지다.

KT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민영화됐지만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1.20%)으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임기가 남은 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등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황 회장의 전임인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직후 자진 사퇴했다. MB정부 인사로 여겨졌던 이석채 전 회장이 후임 CEO로 낙점됐다. 그러나 이 회장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교체설이 나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KT 본사와 이 전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끝나자 결국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과 KT 대표가 운명을 같이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대통령과 KT 대표 임기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KT 새 노조는 “황 회장 스스로 사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불법정치자금 조성과 부당노동행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등을 엮어 황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KT가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퇴진설이 나왔다. 최근에는 새 노조를 중심으로 KT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불법파견부터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등 법규 위반 사례를 지적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KT 관계자는 “KT 전체직원이 2만명이 넘는데 새노조는 30여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대표성을 갖는 집단이 아니다”라면서 “정권에 따라 수장이 바뀌는 관행이야 말로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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