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밀물 공세에 '수제' 열풍 ...성장판 닫힌 혼돈의 맥주 시장

입력 2018-05-11 10:14 수정 2018-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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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업계, 해외 브랜드와 수입 계약, 수제맥주 론칭 잇따라… 공장증설 노력 불구 이중고

수입맥주의 폭발적 인기에 4월 수제맥주 규제까지 풀리면서 국내 맥주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맥주 시장 성장률은 거의 ‘제로’ 수준인 가운데 수입맥주는 가격을 낮추고 국내 업계는 수제 맥주 론칭 등에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스페인 맥주 ‘버지미스터’를 출시하고 ‘4캔에 5000원’이라는 파격 행사를 진행한다. 세븐일레븐 측은 2014년만 해도 전체 맥주 매출에서 20%대 후반이던 수입맥주 비중이 지난해 50%를 넘어선 데 이어 이달 8일 기준 56.4%로 국산 맥주를 제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입맥주 출시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수입맥주 선호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부터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돼 수제 맥주에 대한 영업허가제가 폐지되고 맥주 제조자에 대한 과세표준 경감도 확대됐다. 수제 맥주의 규제 완화 및 소비 증가와 맞물려 업계에선 너도나도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공룡 이마트는 이달 초 ‘PK마켓’과 스타필드 하남점 등 프리미엄 마켓에 국내 수제맥주 27종을 출시했다. 강릉 ‘버드나무’, 속초 ‘그래프트루트’ 등 총 4곳의 소규모 양조장과 손잡은 이마트는 양조장을 추가 발굴해 연내 25개의 양조장과 75종의 수제맥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도 덴마크 프리미엄 맥주 칼스버그와 수입·유통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맥주시장 진출에 나섰다. 골든블루는 이를 통해 수입맥주시장 브랜드 톱10에 들겠다는 계획이다. 패션이 사업의 중심이었던 LF 역시 지난해 인수한 주류 업체 인덜지를 통해 양조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 데블스도어 등 수제 맥주 매장을 열고 시장에 이미 진입했다.

그러나 국내 맥주 생산은 지난 10년간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맥주의 출고량은 2012년 203만㎘, 2013년 206만㎘로 소폭 상승하는 듯했으나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며 2016년엔 198만㎘까지 떨어졌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872억 원)했고 롯데칠성음료는 48.4% 하락(754억 원)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국내 브랜드들도 맥주 공장을 증설하거나 해외 수제 맥주 브랜드를 수입하는 등 경쟁에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욱이 국내 맥주의 경우 수입맥주에 비해 조세 과정에서 역차별 문제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산 맥주의 제조원가에는 판매관리비를 비롯해 영업비, 제조사 이윤 등이 포함돼 있지만 수입맥주의 경우 국내 판관비와 이윤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산 브랜드들은 원점에서부터 수입 맥주에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정판으로 미국산 ‘카스’를 수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수요가 이미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수입 맥주 무관세 적용과 수제 맥주의 규제 완화 등으로 앞으로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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