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막걸리 한류’… 6년째 수출 내리막

입력 2018-08-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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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막걸리송 해외홍보 한창… 베트남 등 동남아 신시장 개척 노력

한류 바람에 힘입어 한동안 붐을 일으켰던 막걸리 수출이 불과 몇 년 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매 시장의 경우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반면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식품수출정보(KATI)가 발행한 ‘2017 막걸리 국내 생산 및 해외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생산은 막걸리 붐이 일었던 2011년 출고량 45만 ㎘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44만 ㎘였던 출고량은 2016년 39만 ㎘까지 떨어지면서 40만 ㎘ 선도 무너졌다. 수출 단가 역시 ㎏당 1.2달러였던 2012년에 비해 지난해엔 0.95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 美·中은 수출 급감… 日은 현상 유지 = 지난해 막걸리 수출 실적은 1224만 달러(약 138억 원)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수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상위 수출국의 실적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국가별 통계를 보면 미국의 경우 수출량이 172만 톤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수출액 역시 172만 달러로 12.4% 줄었다. 중국은 149만1000톤을 기록해 전년 대비 무려 31.3%나 떨어졌으며 수출액은 130만 달러로 30.5% 하락했다.

전체 수출 시장의 절반 이상(55% 가량)을 차지하면서 수출국 중 가장 비중이 큰 일본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진 않았지만 지난해 수출량은 2%, 수출액은 1.1% 성장에 그쳤다. 다만 일본의 경우 과즙을 첨가한 리큐르 주종의 인기가 높은 현지 상황을 반영한 신제품군이 관심을 얻으면서 현상 유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 교민시장 포화·사드 여파 등이 수출 부진 원인 = 일본의 기타 발효주 수입 규모는 지난해 1억7300만 달러(1947억 원)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일본 시장의 경우 2004년부터 한류 붐이 일면서 덩달아 막걸리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산토리와 진로 등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막걸리 시장에 진입하자 수출 실적도 급상승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수출이 정점을 찍은 이후 현지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데다 한류 약화(혐한류 확산) 등의 영향으로 2015년에는 불과 4년 만에 2011년 수출액 대비 80% 이상이 빠질 정도로 침체된 상황이다.

미국은 일본에 이은 막걸리 수입 2위 시장이지만 현지인보다는 미국 교민과 교포 등의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인데 교민 시장마저 성장이 침체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진입 노력에도 불구, 반등이 여의치 않다. 보고서를 작성한 홍장우 aT 식품수출부 대리는 “미국의 경우 교민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수요가 점차 줄고 있으며 현지인의 경우 식문화 및 주류문화 차이로 인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주요 소비층은 상황이 비슷했다. 주요 소비층이 막걸리에 익숙한 한국 교민과 조선족 교포들로, 국내 기업들이 현지인 공략에 애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누룩 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중국인의 특성 때문이다. 교민과 조선족 소비로 지탱하던 시장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까지 덮치면서 타깃층을 잃은 상태다.

보고서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이 최근 떠오르는 중이지만 아직은 미·일·중 상위 3개국 비중이 80% 이상이라 한계가 있다”며 “교민시장 포화, 사드 여파 등 3개국의 여건이 모두 어려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 베트남 등 신시장 개척·신제품 개발 등 수출 활성화 노력 = 수출 여건이 어렵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2011년 이후 매년 15% 이상의 감소율을 보여온 일본의 막걸리 시장은 2016년과 2017년 aT가 막걸리 팝업스토어 설치, 다양한 행사 개최 등으로 살아났다. 지난해엔 aT 도쿄지사와 도쿄농대가 공동 추진한 한국산 막걸리 성분 분석 결과를 담은 ‘막걸리 송’과 유튜브 홍보영상을 제작 배포해 현지 소비 진작을 유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사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광저우와 상하이 등 남방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T는 제품 관련 프로모션도 이들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순당, 이동 등 기업들도 적극 나서 가격 할인행사와 1+1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지 매장에서는 생막걸리와 과일 막걸리 등 최신 트렌드 제품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aT가 수출 확대의 핵심으로 설정한 히든카드가 베트남이다. aT는 ‘박항서(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매직’으로 한국 제품 인기가 급부상 중인 베트남 시장을 올해 최대 타깃 시장으로 정해 대형 박람회 참가 등 전방위적 마케팅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쌀로 만든 막걸리를 집중적으로 시음 홍보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최근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요 막걸리 시장으로, 막걸리협회를 필두로 대다수 업체들도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 수출액은 594만 달러(약 67억 원)로 전년 대비 17.9% 성장했다.

aT 관계자는 “매년 막걸리 출고량이 줄고 있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이후 수입맥주와 와인 등 값싼 대체재가 주류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으로 현재로선 생산량 감소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면서도 “주류 업체들이 최근 국내외 주류 트렌드를 반영해 과일막걸리 등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장년층만 즐기는 술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주류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소비는 회복 조짐= 국내 막걸리 소비는 201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 열풍에 힘입어 거리 곳곳에 막걸리 주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FTA 이후 값싼 주류 대체재가 등장하면서 2011년을 기점으로 막걸리는 출고량과 소비량, 수출량 모두 감소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2016년부터 국내 매출은 소폭 상승하며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제조업체에서 생산돼 일반 도소매 채널을 통해 가정용과 업소용으로 유통돼 오던 막걸리는 지난해부터 지역 명인 등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막걸리에 한해 온라인 판매까지 가능해졌다. 2015년 약 3000억 원이던 국내 소매 매출은 2016년 314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약 2670억 원을 기록해 전년도 매출액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보고서는 “최근 2년간 국순당 등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젊은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맛의 막걸리(바나나, 복숭아, 유자 등)를 지속 개발하며 소비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지방에서는 지역별 소규모 양조장 및 단위농협 등에서 출시한 지역 특색 막걸리가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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