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연간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0.92%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기금이 설치된 1988년 이후 최저 수익률로, 손실 규모는 약 5조9000억 원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에서 16.77%, 해외주식에서 6.19% 손실을 봤다. 그나마 국내채권에서 4.85%, 해외채권에서 4.21%, 대체투자에서 11.80%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손실을 보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요국 무역문쟁과 통화긴축, 부실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지속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약세가 전체 자산의 35% 상당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기금의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KOSPI)은 17.3%,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 달러 기준)은 9.2% 각각 하락했다.
증시 불안에 기금 수익률은 월별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3월 –0.21%에서 9월 2.38%까지 상승했다가 10월에는 –0.57%로 하락했다. 다시 11월 0.27%로 반등했으나 12월 –0.92%로 하락 전환됐다.
같은 이유로 자산 중 주식 비중이 큰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도 손실을 봤다. 지난해 일본 GPIF는 –7.7%, 미국 CalPERS는 –3.6%, 네덜란드 ABP는 –2.3%의 수익률(잠정)을 기록했다.
저금리·고환율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로 기금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해외채권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거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중장기적으로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대체투자도 국내에서 8.05%, 해외에서 13.68%의 수익을 봤다.
올해 들어선 국내외 증시 회복세로 전반적인 수익률이 개선되는 추세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2월 말 현재 수익률은 4%를 초과했다”며 “단기간 누적으론 3% 이상을 초과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향후 장기투자자로서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고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올해 국내주식 비중이 18% 정도인데, 2023년까지 15% 내외로 줄이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며 “단 기금이 늘어남으로 인해 (기금 중 국내주식의) 비중은 줄어도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