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짜 아동권’ 마련할 때 됐다

입력 2019-03-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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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우리나라 아동권의 역사는 1953년 휴전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10만여 명(정부 추산)에 달하는 전쟁 고아를 돌볼 시설이 필요했다. 정부는 미국 등 우방국들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 보육원을 지었다. 그렇게 출발한 게 보호받고 양육받을 권리, 아동권이다.

하지만 아동권의 증진 속도는 어떤 권리보다 더디다. 출발은 노동권보다 30여 년, 여성권보다 20여 년 앞섰지만, 아동권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여전히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

친권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친권자로서 권리는 보장된다. 아동은 친권자로부터 보호받지 못해도 친권자에 귀속된다. 이런 친권주의는 아동에겐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부모의 폭력과 학대에서 도망쳐 나온 아동이 다시 가정에 돌려보내졌다 생을 마감하고, 자식을 버린 부모가 십수 년 만에 그 자식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보험금을 요구하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게 친권주의다. 형법에선 부모를 살해한 자식은 형량이 7년 이상이지만, 갓 태어난 자식을 죽인 부모는 3년 이상이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고 말하지만, 법적·제도적으로 기른 정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위탁부모 등 ‘기른 부모’는 자식 명의로 예금통장 하나 마음대로 만들어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수 년간 아동을 위한 제도들이 신설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상당수 제도는 아동의 권리보단 아동 자녀를 둔 부모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데 가깝다. 지난해 도입된 아동수당도 지급대상은 아동이 아닌 부모다. 아동이 체감할 수 있는 아동권은 여전히 보육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혹한 친권주의도 여전히 성역처럼 버티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에 아동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를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말로만 대책이 아닌 ‘진짜 아동권’을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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