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교복 광고의 변천사

입력 2019-10-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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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현장은 흔히 ‘잔재’라고 일컬어지는 구시대의 유물을 청산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교련’, ‘반공 도덕’ 과목의 폐지라던가,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변경한다거나.

반면, 분명 구시대의 유물임에도 현재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 같은 것도 있다. 바로 '교복'이다.

▲74년 에리트의 '학생복지' 광고. 학생복지가 무엇인지는 후술하겠다.
▲74년 에리트의 '학생복지' 광고. 학생복지가 무엇인지는 후술하겠다.

위의 교복 광고 사진이 등장한 시기는 1973년. 현재도 성업 중인 교복 브랜드 ‘에리트’의 광고다.

해당 광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학생복지’라는 단어에 있다. 그러니까 학생복을 파는 게 아니라 옷감을 뜻하는 '복지(服地)'를 팔았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교복을 구매하는 지금은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복지 한 단만 주십시오”라고 사온 뒤, 집에서 어머니가 재봉틀로 만들어 주시는 건가?

사실 그런 건 아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일요일 오전의 교복사는 한산했다. (…) 점원이 여러 권의 카탈로그를 끙끙대며 들고 왔다. 하지만 번쩍, 치켜든 아버지의 손이 점원을 제지했다. 아버지는 이미 어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그 결정은 너무나 단호한 것이었다. “됐습니다. 엘리트 학생복지로 해주십시오.” “엘리트요?” “예, 엘리트요.” 줄자를 꺼낸 주인이 내 몸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옛날의 교복은 반드시 교복사에 가서 맞춤 교복을 사야만 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학교별로 지정된 디자인(그래 봐야 다 비슷한 일본식 교복이지만)이 있으니 따로 고를 일이 없고, 맞춤복이니 핏을 조정할 수도 없다. 만일 핏을 조정할 수 있다 해도 오버핏 교복으로 멋을 낸다거나, 스키니 스타일로 딱 붙는 바지를 입고 등교한다면, 당시 교내 분위기에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보자.

결국, 교복을 살 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교복의 옷감인 ‘복지’가 어떤 것이냐 하는 것 뿐이었다.

▲1994년의 '모던캠퍼스'의 학생복 광고.
▲1994년의 '모던캠퍼스'의 학생복 광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성품 교복은 1991년 ‘스마트’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학생복지를 판매하던 업체들이 하나둘 완성품 교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위의 광고 사진은 1994년의 ‘모던캠퍼스’라는 교복 브랜드 광고다. 이때쯤부터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교복점에 가서 치수에 맞는 교복을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바뀌었는데, 일단 일본식 교복인 검은색 ‘가쿠란’ 스타일이 사라졌다. 남학생 교복은 정장 스타일에 넥타이가 기본이 됐고, 지금 교복에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체크무늬가 도입되는 등, 디자인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마케팅 포인트의 변화도 눈에 띈다. 에리트 학생복지 광고 문구인 ‘자랑스러운 에리트 학생’, ‘에리트 교복을 입고 새 학년의 기쁨을 두 배로’를 보자.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며, 그리고 우리 교복은 그 학생다움을 완성해준다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 ‘모던캠퍼스 학생복’의 경우 ‘각자의 개성과 감각을 존중’, ‘신세대 감각의 학생복’, ‘젊음을 위한 감각의 학생복’ 등 개성을 강조한다. 교복은 근본적으로 ‘옷’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다각화되고 그 디자인이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영국 귀족 주니어의 품격’이라는 문구에서 브랜드 콘셉트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000년의 스마트 학생복 광고.
▲2000년의 스마트 학생복 광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 한 단계 더 나아간 마케팅이 등장한다. 교복의 ‘핏’을 강조하는 시대가 온 것. 교복도 ‘옷’이기 때문에 아주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이 무렵에 등장했던 대표적인 교복 광고 문구인 ‘다리가 길어보이는 학생복!’이 대표적인 ‘핏’을 강조하는 문구다. 심지어 이 광고 문구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재의 교복 마케팅이 이때쯤 거의 완성됐다고 볼 수 있겠다.

2010년대 교복 마케팅에서 그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는데, 교복의 수요자가 중‧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아주 당연한 귀결이겠다. 설명은 사진으로 대체하도록 하자.

▲그렇다. 학생들에겐 아이돌이 최고인 것이다.
▲그렇다. 학생들에겐 아이돌이 최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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