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의 울며 겨자 먹기...‘명품 장인 불모지’ 美텍사스에 생산 라인

입력 2019-10-18 17:18 수정 2019-10-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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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텍사스 킨의 루이뷔통 생산 공장인 로샹보(Rochambeau Ranch)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루이뷔통 백을 들어보이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킨/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텍사스 킨의 루이뷔통 생산 공장인 로샹보(Rochambeau Ranch)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루이뷔통 백을 들어보이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킨/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뷔통(LOUIS VUITTON)이 파리의 아뜰리에를 박차고 나왔다. 명품 장인 불모지나 다름 없는 미국 텍사스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기 위해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킨의 루이뷔통 생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맏사위 제럴드 쿠슈너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한 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일자리 창출에 이번 공장 신설을 연결짓기 위함이다.

텍사스 댈러스 근교에 완성된 공장의 준공식에는 루이뷔통 모회사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이름을 잘 아는 루이뷔통의 새로운 개막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수년 동안 많은 자금이 들었다.”며 공장 신설에 5000만 달러가 투자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르노 회장에 따르면 루이뷔통은 5년 안에 약 1000명의 기술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LVMH 총 매출의 4분의 1은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는 루이뷔통의 생산 기지가 이미 두 곳이나 있다.

▲17일(현지시간) 루이뷔통 미국 텍사스 생산라인 오픈 행사에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그는 루이뷔통 행사에 경쟁사인 샤넬 핸드백을 들고 나와 구설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루이뷔통 미국 텍사스 생산라인 오픈 행사에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그는 루이뷔통 행사에 경쟁사인 샤넬 핸드백을 들고 나와 구설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루이뷔통은 미국에서 모노그램 무늬 원단과 가죽 가방을 만들기 위해 소가 풀을 뜯어먹던 이곳에 10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루이뷔통 제품과 달리, 텍사스에서 제품을 만드는 건 이 브랜드의 역사와 신비의 베일을 핵심으로 일군 ‘쁘티망(petites main, 작은 손)’이라 불리는 프랑스 장인이 아니다. 루이뷔통은 텍사스 현지인을 채용해 훈련하고 있다. 고용자 절반이 가죽 제품을 제조한 경험이 없어 집중적인 사내 교육을 받은 후 재단과 봉제 테스트를 통과해야 생산 라인에 투입된다. 시급은 13달러부터다. 개당 1200달러 이상에 팔리는 백에는 ‘made in USA’ 태그를 붙일 수 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이라면, 미국산 제품은 미숙련공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인 셈이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기에 고가도 정당화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고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텍사스 공장에 취직한 직원들은 존슨카운티에서 소를 치던 사람이 대부분으로, ‘루이뷔통’이란 브랜드 이름도 모르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루이뷔통 가방을 15~20개 갖고 있다는 로리 매튜스는 WSJ에 “루이뷔통 고객 중에는 미국제보다 프랑스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가방을 볼 때 솔기는 물론 이음새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지적했다.

루이뷔통이 “명품은 발상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업계 관행을 깬 건 변화하는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살아남으려면 격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국제 무역 체제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찌와 에르메스, 샤넬 등 경쟁사들은 여전히 프랑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루이뷔통은 사업의 합리성과 지리적·정치적 조건을 고려해 공급망에 대한 결정을 하고 있다.

루이뷔통의 전략은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명품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시장에서 계속 트렌드의 최첨단에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점점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공정을 슬림화하고 기동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루이뷔통의 24개 생산 시설 중 8곳은 프랑스 밖에 있다.

루이뷔통의 마이클 버크 CEO는 “발상지 밖으로 사업 확대를 진행하면서 기업의 가치와 기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예술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재선을 노린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1년 앞두고 루이뷔통이 텍사스에 신공장을 오픈한 것도 루이뷔통의 이런 치밀한 전략이 깔려있다. 공장 준공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해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한 것이다.

아르노 회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 2017년 1월 트럼프타워로 직접 날아가 노스캐롤라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중 한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했고, 트럼프는 중서부를 제안, 결국 텍사스가 낙점됐다.

새 공장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존슨카운티에 세워졌다. 이 지역은 지난 대선 때 7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현재 직원은 150명이지만 앞으로 500명으로 늘릴 예정이며, 근처에 제2공장을 건설해 500명을 추가로 고용할 방침이다. 존슨카운티는 루이뷔통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우대와 도로 포장을 약속했다.

이 텍사스 공장은 루이뷔통에게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피난처 역할을 하게 된다. 트럼프 정권은 광범위한 EU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명품 핸드백은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1990년대 미국과 유럽의 무역 분쟁 당시 피해를 본 바 있다. 이후 미국에서의 매출은 루이뷔통 모회사인 LVMH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LVMH는 루이뷔통 부문의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루이뷔통의 연간 매출이 12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버크 CEO는 현재 유럽 공급업체에서 조달한 원자재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산 가죽을 조달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텍사스 목장에서 생산된 제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텍사스 목장주들에게 소의 몸에 흉터가 남는 도장 찍기를 중단해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흉터가 있으면 가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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