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 1초, 파이낸셜 노마드 승부가 갈린다

입력 2019-11-06 05:00 수정 2019-11-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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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2019년이 어느덧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손실이 올해의 뉴스로 부각될 듯싶다. 금융이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사기성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덮을 이슈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건전한 자산 형성을 위한 연결고리 ‘신뢰’가 깨졌다. 신뢰의 척도를 가늠하는 것은 회사의 크기, 역사 그리고 브랜드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이 손실을 봤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금융회사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은 DLF 사태만큼은 아니지만, 필자는 ‘단, 1초’란 화두를 제시하고 싶다. 7월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특판 마감 얘기다. 100억 원 한도로 7월 22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특판이 마감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초였다. 이날 오전 10시 59분 59초에 3만207명이 접속했다. 11시 00분 00초에 3만6495명, 1초 뒤 4만236명, 2초 후 3만1067명이 가입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4초 사이에 12만5000명이 몰렸다. 카카오뱅크는 개시와 동시에 선착순으로 끊어 신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금리 기조에 연 5%의 금리로 100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어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지만, 1초 만에 특판이 마감되는 사례가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몰린 사전 신청자는 106만8543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가입에 성공한 고객 수는 1383명으로 경쟁률이 무려 772대 1에 달했다. 표면적으로는 저금리 시대에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파이낸셜 노마드(Financial Nomad)’가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났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주는 예금에 가입하려 여러 은행을 찾아 돌아다니는 고객이다.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증대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최근 국내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이 수신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고금리를 좇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낯설지 않게 보았던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높은 금리를 주는 예·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이낸셜 노마드. 개인 간 거래(P2P) 투자상품을 대안으로 택하는 등 젊은 세대에서 더욱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일까. 시중은행에서 2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감소세다. 월평균 잔액이 30만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활성 고객’에서도 2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5년 새 낮아지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술 발전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수집하기 쉬운 데다 금융상품 수익률도 떨어지면서 정통 금융기관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판예금 1초 완판이란 총성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2019년 ‘신(新)파이낸셜 노마드’ 유치전이 시작됐다.

은행 간 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또한 파이낸셜 노마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 앱 하나로 여러 은행에 분산된 모든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하고 송금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실상 ‘주거래 은행’ 개념은 없어지는 것이다. 타행을 통한 이체(입출금)와 조회(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 정보) 서비스뿐만 아니라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다. 은행들이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금리, 부가 서비스 혜택에 따라 여러 금융회사를 옮겨 다니는 고객 쟁탈전의 막이 오른 셈이다.

올해 들어 금융권에 불어닥친 디지털 패러다임의 큰 파고는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줄기는 가장 먼저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급속한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내년에는 디지털 금융혁신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앞세운 금융회사만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2019년 ‘단 1초’의 화두가 내년에 어떠한 결과를 양상할지 주목된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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