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청 하부조직 된 서울시 자치구 자원봉사센터

입력 2019-11-20 11:22 수정 2019-11-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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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봉사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어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자원봉사센터 문을 두드린 이들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2018년 서울 시민 71만 명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2013년 39만3291명에서 5년간 81.2% 늘었다. 이는 행정안전부 자원봉사 포털 ‘1365’에 등록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만큼 포함되지 않은 종교 분야, 비공식 활동을 고려하면 더 많은 서울시민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난해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자원봉사는 활동 보조, 아동·급식 지원 등 ‘시설 봉사(19.3%)’였다. 문화행사(12.1%), 행정보조(8.5%), 안전방범(8.3%), 교육(7.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인권공익, 멘토링, 교육 등 사회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자원봉사 활동 참여 수치가 증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증가 폭은 인권공익이 402.9%, 멘토링이 160.7%였다. 기존 ‘시설 중심·서비스 제공형’에서 ‘문제 해결형’으로 자원봉사 활동의 니즈가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원봉사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하거나 사회에 참여하려는 시민 의식이 성숙한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서울시 내 자치구 자원봉사센터의 운영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우선 접근성이 떨어진다. 센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1개씩 배치돼 있는데, 이 중 16개가 구청 건물에 있다. 그것도 8층, 11층처럼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했다. '자원봉사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위치나 행정적으로 모두 구청에 소속돼 있어 독립적인 활동이 어렵다. 구청행사에 동원되거나 행정 사무 보조 업무를 하는 등 봉사 활동의 순수성이 의심스런 경우가 많다.

센터 활동의 전문성과 연속성도 없다. 구청 공무원이 센터를 운영하는데 순환보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6개월~1년마다 관리자가 바뀐다. 한 센터 관계자는 “자원봉사 플랫폼, 허브 역할을 하려면 인적 구성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물리적인 한계로 전문성이 구축되지 않는다"며 "실적 입력, 시간 관리 역할에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법은 서울시 내 자치구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기본법, 행안부 운영지침 등에 따르면 자원봉사센터는 법인화하거나 비영리 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자원봉사활동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통상 민간 자원봉사센터의 연간 운영비는 평균 3억~6억 원이 소요된다.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시민의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단체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자원봉사 활성화를 통해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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