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식적인 취재란

입력 2019-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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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금융부 기자

“상식선에서 취재하세요.”

최근 금융감독원 갑질을 취재하던 도중 취재원이 기자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상식선에서 취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다 문득 상식의 정확한 정의가 궁금했다. 초록색 포털의 표준 국어사전이 말하길,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단어 정의 뒤에는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기득권의 갑질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직 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행위, 고객이 매장 직원을 폭행하는 행위 등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 갑질로 규정돼 질타의 대상이 됐다. 갑질의 기준이 법으로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갑질 사건을 비난함에 있어서 네티즌은 한마음 한뜻이었다. 네티즌 모두가 공유하는 보통의 이해력과 판단력 그리고 사리 분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자의 판단력으로 볼 때, 검사권한을 가진 금감원이 피감기관 직원에게 맛집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행위는 갑질이었다. 개인용 슬리퍼와 목 받침이 있는 의자를 구비하라고 지시한 행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람의 기준에도 이런 행위가 갑질이었는지 기사를 본 독자들은 금감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적 여론이 일자 금감원은 ‘조직문화 혁신 TF’를 가동해 ‘소통·역지사지·탈(脫)권위주의’를 혁신 3대 기조로 삼고,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이 보통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에게 통일된 하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한 문화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갑질 행위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있다. 그 상식들이 사회를 정상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취재원의 충고를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상식에 충실한 기자의 취재가 사회의 정상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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