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상경영 CJ’의 위기의식과 지향점

입력 2020-01-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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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발표한 임원 인사에는 그룹의 위기의식과 방향성이 담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회장은 측근으로 알려졌던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를 교체했다. 신 대표는 미국 쉬완스 인수 등 굵직한 사업을 이끌며 그룹의 차기 리더로 평가됐다. 그런 신 대표의 퇴진은 조직에 ‘과거의 성과가 현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반면 성과는 확실히 보상했다. ‘비비고’의 성장을 이끈 강신호 총괄부사장은 CJ제일제당 대표로 임명됐다.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사업을 키운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와 ‘호텔델루나’ ‘아스달연대기’ 등으로 K드라마 확산을 이끈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을 지키며 비상 경영으로 혼란한 조직을 추슬렀다는 평가다.

언뜻 보면 신 대표의 교체는 글로벌 대형 M&A가 부채 증가와 실적 악화를 가져오면서 공격 경영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강 대표의 선임은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한 성과를 인정한 것인 만큼 일시적 흔들림은 있어도 글로벌 사업이라는 전략적 지향점을 바꾸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으로서는 비상 사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합리적 해결의 첫걸음이다. 그 첫 단추가 임원 인사인 셈이다. 하지만 대표 교체를 포함한 임원 인사 카드만으로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비상경영 속에서 ‘차세대 리더’로 점찍은 신임 임원(19명)의 활약을 지켜볼 차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지적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 주변의 인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들이 보통 인간이며 불충하다면 군주는 낮게 평가될 것이다. 그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가 그들을 선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페이스’들의 성과가 훗날 의사 결정권자에 대한 냉엄한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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