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역대 최저 물가? 국민들에게 물어봐

입력 2020-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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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고향집에 자주 가는 편이다. 역에 내려서 엄마가 계시는 요양병원까지 택시를 타면 출퇴근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에도 택비시가 1만8000원쯤 나온다. 외곽 지역이 광역시로 편입되면서 도시가 커져서다. 돌아갈 때 빈차로 갈 것이 뻔한 택시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더니 기사님은 "서울이나 승차 거부하지 지방은 이렇게라도 손님이 있으면 고마운 거지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아닌게 아니라 역엔 밤에도 낮에도 어느 시간대나 너무 많은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예전엔 역에서 택시 기다리느라 일정 시간동안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언젠가부터 거의 줄을 서지 않게 됐다. 저 많은 택시들이 손님 태울 차례가 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걱정될 정도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에다 새해에도 어두운 경기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올해도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는 지방일수록 더 얼어붙어 있고, 그나마 여력 있는 소비자들도 해외 직구로 소비의 상당부분을 대체하거나 해외 여행에 나가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연말부터 새해 들어서까지 어김없이 식품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발표됐다. 연말연시 어수선한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제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어느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후발업체들도 도미노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심이 둥지냉면과 생생우동을 올렸고, 코카콜라, 매일유업, 버거킹, KFC, 엔제리너스, 하겐다즈 등도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전국구 소주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 지역 상생을 앞세워 동결을 선언했던 무학 등 지방 소주업체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공공요금도 이것저것 들썩인다. 올해부터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인상된다. 직장인 월 부담은 6000원쯤 늘어난다. 실손보험료도 이달부터 오르고 자동차보험료도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수도권매립지 반입 생활쓰레기 총량을 10% 줄이는 폐기물 반입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들은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도 검토중이다. 이미 김포시, 의정부시 등은 가격인상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유가도 급등세다. 국내 휘발윳값이 8주 연속 오름세다. 이래저래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소주, 커피, 버거 등 서민 먹거리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에 따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내면서도 연말연초에 가격을 올려 배를 불리는 고질적 관행에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원재료가격 상승을 가격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자, 그렇다면 원재료값이 하락했다고 가격을 내린 적 있냐는 시민단체들의 날선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몇년 사이 사정이 달라졌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 부진과 인건비 부담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은 원재료도 원재료지만 인건비(최저임금 인상)와 임대료가 기업 수익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이투데이가 조사해 보니 이번 연말연초에 가격을 인상한 A사의 경우 최근 5년간(2014~2018년) 인건비 총액이 26.5% 증가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2.9% 오르는데 그쳤지만 3년간 33%가 올랐기 때문에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상당히 커진 상태다. 역시 최근 가격을 인상한 B사의 경우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임차료는 전년보다 7%가량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품기업들의 수익성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어려운데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라며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려는 업체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지출할 곳이 많아지면 다른 곳엔 점점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작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보다 0.4% 올라 역대 최저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생활물가 부담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으니 당국이 물가 착시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명절에 소비가 살아났다는 기사는 언제쯤 다시 쓸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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