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자문과 조언

입력 2020-02-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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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선생님에게 자문을 받았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잘못 쓰는 단어 중 하나인 자문(諮問).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자문을 ‘말로 깨우쳐 주어서 돕는다’는 의미의 조언 또는 도움말 정도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자문의 정확한 의미를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자 구성을 살펴보면 ‘물을 자(諮)’, ‘물을 문(問)’이므로 ‘묻는 것’을 뜻한다. 사전적 의미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질문’이 곧 자문이다. 그런데 ‘자문을 구한다’고 하면 ‘(내가 상대에게) 묻는 것을 (상대가 해 주기를) 요청한다’는 뜻이 되므로 어색한 표현이 된다. 자문은 구하거나, 받거나, 얻을 수 없다.

또, 자문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의견을 물을 때 쓰이던 말이다. 후한(後漢) 환제(桓帝) 때 조전(趙典)이라는 태상(太常, 오늘날 대통령비서관에 해당)이 있었는데, 학식이 매우 뛰어나고 직언을 잘해 환제가 쟁점이 있을 때마다 조전에게 자문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에서 알 수 있듯 윗사람이 아랫사람인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것이 원뜻이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자문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례가 된다.

따라서 첫머리에서 언급한 예문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윗사람일 경우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생님에게 도움말을 청했다” 등과 같이 써야 한다.

‘자문’이라는 단어를 쓰고자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는 ‘자문했다’를, 전문가가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줬을 때는 ‘자문에 응했다’고 표현하면 된다.

우리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도 접하게 된다. 그럴 때 주변을 살펴보면 어떨까. 분명 진심으로 자문에 응해 주고, 기꺼이 조언해 주는 고마운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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