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막을 수 있었는데…국회 ‘소 잃고 외양간 고쳐’

입력 2020-03-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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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1년 전 디지털성범죄 법안 나왔지만 논의된 적 없어

여야, 총선 앞두고 대책 마련 분주…법안 발의도

▲ 'n번방 사건' 등 텔레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SNS 공간에서의 성 착취물 동영상 공유 등 디지털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법안인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n번방 사건' 등 텔레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SNS 공간에서의 성 착취물 동영상 공유 등 디지털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법안인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불법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대책 마련을 두고 국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그쳤단 비판이 나온다. 국민청원으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다뤄졌지만 제대로 된 논의와 심사에 등한시한 결과란 것이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국민동의청원 취지와 가장 비슷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3월 13일에 발의됐다.

개정안은 '촬영대상자를 괴롭히거나 협박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음란행위를 하거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또는 그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또는 촬영물 유포 등의 행위를 통하여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 몰수·추징할 수 있는 규정을 제안했다.

지난달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것보다 1년 전 이미 디지털성범죄 처벌을 막는 법안이 올라왔지만, 국회에서 먼지만 쌓인 셈이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없이 소위에 직접 회부됐지만, 심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가 5일 디지털성폭력 중 하나인 딥페이크(신체를 조합해 만든 합성물) 관련 개정안은 처리했을 당시 여성 단체들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지 못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청원이 있어서 그나마 '딥페이크' 논의도 있었던 것"이라며 "청원 내용 전체가 반영된 게 아닌 법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사위 청원 심사 과정이 소극적이었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딥페이크' 관련 처벌을 두고도 회의적인 의견을 내 공분을 샀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는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듭니까", 정점식 통당 의원은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갈 것이냐"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과 다름"을 해명했지만 '국회가 공범'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텔레그램 n번방'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가담한 모든 사람에 대한 신원 공개도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가장 혹독한 처벌과 광범위한 신상 공개로 음란 범죄에 단호하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24일 페이스북에 "n번방은 단순한 일탈 공간이 아니라, 반사회적인 집단이 모여있는 범죄소굴"이라며 "이 엽기적인 사건에 돈을 주고 참여한 회원들도 철저히 수사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형법·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을 위해서는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송희경 통합당 의원도 'n번방 방지법'(가칭)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불법촬영물 제작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포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불법촬영물을 구매하고 소지하는 자에게도 벌금을 물도록 했다. 송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해 정부가 신상공개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엄벌 처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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