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PF 대출'… 후분양 단지들 ‘돈맥경화’ 어쩌나

입력 2020-04-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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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4-0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부동산 PF 대출, 무산ㆍ연기 늘어…중소 건설사부터 대출 막힐 듯

최근 한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장에선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시중은행 여러 곳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ㆍ담보 평가 없이 미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융자하는 금융기법) 신디케이티드론(여러 은행이 대주단을 구성해 자금을 함께 대출해 주는 것)을 요청했다. 일부에선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다수 은행이 난색을 보이면서 대주단 구성은 무산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대주단을 꾸리지 못해 대출이 안 되거나 연기된 경우가 최근에 여럿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대출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자금 조달에 민감한 후분양 아파트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은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시 경제 불안감이 커진 데다 부동산 경기 하강론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비공식적으론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다”며 “아직 일선 지점에 지침을 내리거나 한 건 아니지만 본사에서 건전성 유지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PF 대출에서 핵심 분야로 꼽힌다. 주택 건설 등 부동산 개발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수익은 분양 등을 마친 이후에 창출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부도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지난해 6월 기준 99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은행권은 그간에도 부동산 PF 관리를 강화해왔다. 2009년 이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사ㆍ시행사에 PF 대출을 해줬던 은행까지 연쇄 타격을 입었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2013년만 해도 은행권 PF 대출 잔액은 21조50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18조9000억 원으로 줄었다. 은행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PF 대출 기준이 더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

증권업계 움직임은 은행권보다 더 뚜렷하다. 대부분 증권사가 신규 부동산 PF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기존 PF 사업도 취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은행권이 대출 기준을 강화한 이후 PF 대출시장을 주도했다.

PF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부동산 개발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부동산 사업장은 PF 대주단 없이 사업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특히 아파트 후분양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아파트 후분양은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착공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 아파트보다 분양 수익이 늦게 발생하기 때문에 PF 대출 의존도가 높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후분양은 공공주택 등에서 한시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분양이 늦어지면 사업비 조달 부담은 늘지만, 분양 때까지 아파트 시세가 상승하면 그만큼 분양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론 적용 지역 등에서 이 같은 흐름이 더 커졌다.

서울에선 아현동 아현2구역(재개발), 반포동 신반포15차(재건축), 신천동 잠실미성ㆍ크로바아파트(재건축),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 등이 후분양을 결정했다.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재건축), 길동신동아1ㆍ2차아파트(재건축) 등에서도 후분양을 고심하고 있다.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 부동산시장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을 미루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후분양 단지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울에서 후분양 아파트를 시공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야 일반분양 규모가 작아서 PF 대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지방에서 아파트를 후분양하는 중소 건설사는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흥행력이 불투명한 단지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 입장에선 높아진 대출 문턱을 실감할 것이라는 얘기다.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원은 “현재 상황에선 PF 대출이 줄거나 이자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후분양을 주장한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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