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 정비가 시급하다

입력 2021-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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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정보원에서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총 130여 건, 경찰청이 최근 약 6년간 총 650여 건의 산업기술유출사건을 입건했고 검거한 인원만 해도 1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주요 기술유출 분야는 정밀기계, 전기전자, 화학ㆍ생명공학, 자동차, 철강ㆍ조선, 정보통신 등으로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 분야이다.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은 국민경제와 나아가 국가안보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이에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경우 기존의 15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해외유출은 기존 10년 이하 징역에서 15년 이하 징역으로 각각 상향됐다.

기술보호 관련 법률의 형량이 상향조정됐다면, 실제 처벌도 강화돼야 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양형기준 때문이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하기가 쉽지 않다.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은 지식재산권범죄 중 ‘영업비밀침해행위’ 양형기준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이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의 ‘국외’ 유출에 있어 처벌수준은 ‘기본’의 경우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 ‘감경’의 경우 징역 10개월에서 1년 6월까지이며, ‘가중’ 처벌의 최대치는 징역 2년에서 6년까지이다. 처벌을 감경할 수 있는 사유는 초범이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 등이 있는 경우이며, 가중처벌은 피해 규모가 크고, 전과자인 경우 등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유출 등은 대부분 화이트칼라 범죄로 대부분 전ㆍ현직 직원으로 초범이 많고, 피해액을 공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부분 집행유예나 경미한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1심 재판의 경우 실형은 3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 13건, 벌금 4건 등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계 등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양형 규정으로는 산업기술 등의 유출사건에서 범죄 억지 효과가 전혀 없다. 범죄의 예방 또는 억지는 법정형의 강화가 아니라 실제 형사처벌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참고로 미국은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경제스파이법’이 있는데, 2011년 캘리포니아 법원은 보잉사의 우주왕복선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던 당시 74세의 중국계 미국인에게 이 법을 적용해 15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다른 경제스파이와 국민에게 경각심을 준 바 있다.

지금의 기술유출과 관련된 양형기준은 2017년에 시행된 것으로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의 강화된 법정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형위원회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디지털성범죄, 교통사고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따라서 경제안보에 직결되는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에도 법정형과 실제 선고 형량과의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반드시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초범이나 이익 실현이 없음 등의 사유로 대부분 ‘감경’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으므로 기술유출의 경우 반드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및 (사)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공동기획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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