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부결 시키자”…상장사 ‘꼼수주총’ 논란

입력 2022-03-27 16:47 수정 2022-03-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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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SM엔터 주총소집 정정공시에 “경영권 방어 위한 꼼수” 지적
10년간 주주제안 통과 13%… 스튜어드십코드 이후 더 떨어져

SM엔터테인먼트는 주총 안건 확정을 위한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장 마감 후 주총 소집 공고 정정공시를 냈다. 주주명부 폐쇄 일을 기존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주총 2주 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고,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주주명부 폐쇄일이 2주 전으로 변경되면, 향후 주주제안이 들어올 경우 접수되고 명부가 폐쇄되기 전까지 4주 동안 회사 측이 우호지분을 확보할 시간이 생긴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SM은 지난 2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 상향 조정’ 변경 건을 철회했다.

최근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는 주주들이 늘면서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주주제안’ 안건도 늘고 있다. 주주 권익을 확대하겠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기업들도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SM의 경우와 같이 주주의 목소리를 무력화하는 제도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안건 순서 바꾸고, 밀어내고' 소액주주 입 틀어 막아

2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주제안 안건이 주총을 통과 비율은 13%에 그쳤다. 2017년 이후 주주제안 평균 가결비율은 11.9%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 평균 가결 비율(15.8%)보다 하락했다.

기업의 직접적인 주주제안은 감소했다. 하지만 안건 표결 순서를 활용해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사례는 매년 나타나고 있다. 회사가 주주들의 목소리와 배치되는 안건을 먼저 통과시켜 주주제안을 부결시키는 것이다.

주주제안 제약의 다른 유형으로는 △주주제안과 상충되는 이사회 제안을 선제적으로 가결해 후속 안건인 주주제안을 폐기하는 경우(무력화안건) △가결될 수 있는 안건의 수가 한정된 사항에서 이사회 제안을 선제적으로 가결하여 후속 안건인 주주제안을 폐기하는 경우(자동폐기구조) △해당 주주제안의 상정요건 또는 결의요건을 가중하여 가결조건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방해안건) 등이 있다. 한 예로 지난해 Y사는 감사위원 선임 여부를 묻은 안건을 통해 주주제안을 무력화했다.

이 기업은 주총에서 주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감사로 뽑으려 하자 회사 측은 감사위원 선임 여부를 안건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앞서 올렸다. 보통의결 사항으로 올려 3%룰을 회피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3%룰’ 때문이다.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3% 규정이 적용돼 대주주의 의결권은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선임 여부를 묻는 안건은 보통결의 사항이다. 대주주는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표결 순서가 안건의 가결, 부결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표결 순서를 정하는 절차 역시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제안 행사가 제약되는 형태로 안건이 상정된 경우 평균 가결비율은 2%에 불과했다. 유고은 CGS 연구원은 “주주제안 중에서는 주총의 후반에 배치될수록 표결 기회를 박탈당할 여지가 큰 유형이 존재한다”며 “회사는 주주제안 방어수단으로 표결순서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표결기회 박탈이 주주제안의 부결비율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총 꼼수 더는 못봐

개미 주주들도 이를 막기 위해 종종 행동에 나선다. 한진칼 측은 지난 23일 주총에 앞서 “회사(한진칼) 측이 검사인의 보수 55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부담하는 사항을 포함해 정기 주총 소집 절차나 결의 방법의 적법성을 조사하기 위해 변호사 이상건이 검사인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KCGI 산하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개인투자자인 강 모 씨는 지난 23일부터 성신양회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돌입해 새 규합에 나섰다. 회사 측이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M&A로 인해 의사에 반해 해임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보상금으로 대표이사 200억 원, 각 이사 50억 원을 해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황금낙하산’ 제도를 정관에 넣어 주총에 통과시키려 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제도에서는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꼼수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N사는 오는 31일 진행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총회 결의 방법과 이사의 수, 퇴직보상금 지급과 관련한 정관변경을 의안으로 제출했다. 정관변경 안건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경영진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특권이 다수 부여된다. 그중 하나가 이사의 최대 인원을 기존 9명에서 7명으로 축소하는 안건이다. 이는 새로운 주주의 이사진이 과반을 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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