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영의 금융TMI]책무구조도 도입하면 금융 횡령ㆍ비리 막을 수 있나요

입력 2023-07-24 05:00 수정 2023-07-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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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7-2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우리금융, 내부통제 혁신안 설명회서 "책무구조도 신속 도입"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법령 통과 후 조기 도입할 예정"
임원 담당 책무 규정한 문서…'책임 떠넘기기' 막는 새 제도
은행ㆍ금융지주 법안 공포 1년 후 도입해야…금융사고 줄어들까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책무구조도의 신속한 도입’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달 20일 우리금융지주는 ‘현장중심 내부통제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금융위원회가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한 ‘책무구조도’를 신속히 도입하고 업무책임자가 불분명하거나 중첩돼 있던 업무에 대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 임직원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도 내부통제의 선제적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3일 ‘신한컬쳐위크’ 행사에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업무별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한 문서다.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아래 직원들에게 떠넘길 수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부통제제도 개선안의 핵심이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 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 여부와 기준 작동 여부를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되는 이는 대표이사(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으로, 대형 은행 기준 20~30명 수준이 될 예정이다.

책무구조도상 임원에게 배분해야 할 업무 영역은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부문 등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시행령에서 그 예시를 열거할 방침이다. 예컨대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금융범죄 방지, 임직원 교육, 내부감사, 위험관리 업무와 투자상품 개발·판매 등을 임원이 책임져야 할 업무로 봤다.

책무구조도 작성의 책임은 각 금융회사 대표이사(CEO)에게 있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 의무가 주어진다. 책무의 중복, 공백, 누락 등 작성 미흡이나 실제 권한 행사자와 책무구조도 상 임원이 일치하지 않는 등 거짓 작성에 대한 책임을 CEO가 지게 된다.

‘책무구조도’ 도입 배경은 반복되는 금융사고…6년 간 은행권 횡령액 944억

책무구조도 도입이 결정된 건 현행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은 2016년부터 ‘의무’였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1항에는 금융회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금융회사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금융회사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

내부통제 규율은 있지만,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금융사 횡령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6년 6개월 동안 전체 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은 총 384건, 횡령액은 1869억2000만 원이었다. 특히 이중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액 규모는 944억1200만 원으로, 전 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액의 절반에 달했다.

현행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의무로만 인식될 뿐, 임직원의 의식과 행동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의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기존 '기준 마련' 의무에 '관리' 의무가 추가됐다. 기존에는 내부통제기준만 마련하면 금융사에 면죄부를 줬지만, 제도가 개선되면서 기준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는지 실제 운영 방식을 감시해야 하는 의무가 더해졌다.

책무구조도에 적힌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하지 않아 관리의무를 위반한 업무집행책임자 임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 등 신분 제재를 부과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한 임원에 대해서는 책임 경감 또는 면제를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후 각 금융회사에서 마련하는 ‘상당한 주의’의 내용을 살핀 뒤 업무 영역별 모범사례를 모아 하위규정에서 ‘상당한 주의’ 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을 명시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책무구조도가 당장 금융사에 도입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정안 입법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해 단계적으로 시행토록 할 방침이다. 은행과 금융지주 대표이사는 법안 공포 1년 이후 예외없이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종합금융투자회사, 대형보험회사는 1년 6개월 후, 중소형 금융회사는 시행령이 정한 날부터 5년 이내에 도입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에 들이는 인력·시간·예산 등을 앞다퉈 늘리고, 책무구조도 도입 ‘첫 타자’ 자리를 노리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이 계속된 금융사고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19일 준법감시협의회를 열고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금융회사의 자발적 · 능동적 내부통제 강화"라며 "특히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 금융혁신의 시대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이달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에게 신뢰받는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적이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업무 진행 과정이 엄격해져 영업력이 저하되고 영업 현장에서 '과하다'는 불만이 나올 우려가 있다"면서도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도 이익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금융권에 형성돼 있어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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