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숫자 사라진 정책엔 미래도 없다

입력 2023-11-06 05:00 수정 2023-11-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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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인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제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두고 ‘알맹이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숫자 없는 맹탕’이라는 비판이 일자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답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 필수의료 보장 강화,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계획 등 정책에서 숫자가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 건강, 생명과 직결된 국가책임의 사회보장보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숫자가 없어 정책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찾기 어렵단 비판이다. 정책 일관성만큼 중요한 건 미래 예측 가능성이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률이나 재원 마련 대책, 의과대학 정원 규모 등 정작 핵심 숫자가 빈칸으로 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안의 경우 국민이 궁금해했던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빠졌다. 물론 노후 소득보장 강화, 급여제도 개편, 명목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 개혁 방향성은 담겼지만, 민감한 사안인 내는 돈과 받는 돈에 대해선 정부가 사실상 발을 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의료공백 해결과 필수의료 보장 강화를 위한 ‘필수의료 혁신전략’ 발표 과정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핵심인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와 방법 등은 발표에서 쏙 빠졌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조차 2025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함에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적자 대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7년 만에 건강보험료율(7.09%)을 동결했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료율 상한이 8%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험료율 상한 폐지나 변경 등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경우 올해 5월 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돼 5년 연장(2027년 12월 31일)되면서 한숨 돌렸다.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올해 보험료율은 1.09% 인상한 반면 장기요양 수가는 평균 2.92% 올렸다. 내년엔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더 늘어난다. 다만 정부는 내년 국고지원금을 올해 1조9916억 원보다 2352억 원(11.8%) 확대 편성했고, 정부는 향후 재정지원을 국고 20%+α(수입확충 등)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모두 재정적자라는 빨간불이 예상됨에도 보험료 인상 등 숫자가 담긴 정책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답은 있다. 국회를 포함해 다수의 공공·민간 연구기관들이 이미 구체적인 숫자와 시기별 시나리오 등 다양한 정책 해법을 내놓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주요이슈’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개혁방안과 시나리오별 재정전망이 제시됐다. 또 10월 발표된 2023년~2032년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는 보험료율 상한 폐지와 국고지원률 변화 등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책 대안이 다수 담겼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 미래 예측 가능성은 필수다.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이 두려워서, 혹은 다른 이유로 핵심 내용을 빼고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예측 가능한 숫자와 데이터가 담긴 정책의 핵심 사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국민을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민은 정책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정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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