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죠”

입력 2023-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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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저보고 우울증 같다고 정신과에 가보라는 거예요.”

40대 후반의 남성은 확실히 기운 없고,피곤해 보였다. 일식집을 10여 년째 운영 중인 그는,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일하기가 싫어지고, 진상 손님들과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창업 초부터 같이 동고동락하던 주방장을 심하게 나무라서 그가 떠난 뒤로 더욱 의욕이 없어졌다. 급기야 지난 달부터 주중에 하루,가게를 쉬기로 하였다. 그런데,쉬는 날에는 집에서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전형적인 우울증이군…. 인지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겠어.’ 면담을 기계적으로 이어 나갔다. “요새 입맛이 당겨서 군것질이 늘었는데,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어요.” 혹시? 나는 속사포처럼 질문을 해 나갔다. “최근 소변량이 늘고, 목도 마르고, 물도 많이 먹나요? 부모님 중에 당뇨 앓으신 분이 있나요?” 그는 내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즉시 혈당 검사를 해 보았다. ‘287.’ “당뇨병이 시작된 줄 모르고 계셨군요. 진료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내과에 가서 즉시 치료를 받으세요.”

수개월 후, 그가 다시 외래에 내원하였다. “덕분에 좋아졌어요. 치료 후 혈당이 안정되고 나서, 이전처럼 기운이 나고, 짜증, 안절부절 못하던 증상도 사라졌어요.” “우리 몸과 마음은 나누어져 있지 않습니다. 결국 하나이지요. 건강관리 잘 하셔야 돼요.”

밝아진 그의 안색을 바라보며, 나는 환한 미소로 화답하였다. 그러면서 이전과 달리 빨리 면담을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감기에 걸렸는지 열이 나고 오한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열제를 먹어야 겠는 걸. 환자분들이 원장이 초심을 잃었다고 오해하겠어.’

나가는 그와 염화시중의 미소를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급히 해열제를 찾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유베날리스.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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