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의료용 마약 규제, 환자도 고려해야

입력 2023-12-11 05:00 수정 2023-12-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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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환자 등 합법적 처방 의사·환자 피해 없도록 살펴야

“점점 심각해지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대책은 꼭 있어야 하죠. 다만 불법행위 단속과 병행해, 합리적인 처방 및 사용이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정부 노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만난 통증 관련 환자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해당 대책에는 마약류 의약품(의료용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등) 처방제도 개선, 사후단속 강화 등이 담겼다. 의사가 처방시 준수해야 하는 처방·투약금지 기준(처방량, 횟수제한, 성분추가) 강화, 의사에 의한 환자의 기존 처방·투약 이력 조회 의무화 등이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수년간 의학적 용도(치료 목적)의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이슈가 사회문제로 지적돼 왔다. 불법마약에 대한 수사와 처벌, 단속 강화로,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마약류 의약품이 그 대체제가 된 셈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의료용 마약 처방 성지가 떠돌고, 일부에선 병원 문이 열리기 전부터 처방을 기다리는 소위 처방 오픈런이란 해괴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불법·과다 처방하는 의료인과 환자 처벌을 강화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지나친 처방 규제다. 불법·과다 처방 등 범법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는 중요하고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에서 진통제나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의약품의 합법적인 처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과도한 처방 규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정부는 마약류 의약품 관리를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만으로 마약류 의약품 불법·과다 처방 등 오남용을 거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료진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기 전, 환자의 과거 처방·조제 내역을 확인하려 해도 환자가 개인정보 제공 등을 거부하면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특히 1분 진료가 일상화된 의료현실에서 환자의 거짓 진술로 인해, 중복처방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또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이력 조회시스템은 과거 오남용 이력이 있는 환자만 판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특히 마약류 의약품 중 주사제의 경우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처방이력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 시간대에 여러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은 △마약류 의약품 처방·조제시 실시간 추적 가능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보완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시스템과 DUR 연계 △마약성 의약품 처방시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 및 관련 수가 신설 등의 대안 마련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번 처방규제 대책으로 마약성 의약품 처방행위가 자칫 범죄행위로 인식될 까 우려한다. 이럴 경우 의료인은 처방을 꺼리고 환자들도 약물 복용을 주저해, 환자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통증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한 의료인은 최근 “중증의 통증 환자가 치료를 미루거나 꺼리게 되면, 삶의 질이 저하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치료 목적의 합법적인 처방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문제 해결과 극심한 통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빼앗지 않는 현명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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