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피해 막대한데 계산법은 없어…“피해액 산정기준 정해야” [도둑맞은 기술, 얼마예요]①

입력 2023-12-20 06:00 수정 2023-12-28 14:4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  (이미지투데이)
▲ (이미지투데이)

기술유출 범죄로 기업과 국가가 입는 피해는 상당하다. 그러나 현재 뚜렷한 계산법이 없어 피해액을 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액 추산이 어렵다보니 적절한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거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 명확한 피해액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는데, 이를 규정화해 적절한 형량과 함께 범죄수익 환수까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원이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을 인정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연구 용역으로 발주한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실질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판결에 대한 분석이었음에도 판결문에 피해액이 실질적으로 기입된 경우는 23건(4.6%)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23건 가운데 실질적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을 산정해 기입한 판결은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부 경합된 사건의 횡령금액이나 배임금액, 사기금액이나 절도 피해액을 산정해 기입했다.

현재 검찰은 나름의 방법으로 피해액을 계산해 법원에 양형 의견을 내고 있다. 피해 회사가 기술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합해 이를 최소한의 피해액으로 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피해 회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이 법원에서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기준이 모호하고 계산 방식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에서도 피해액을 정확하게 입증하라고 하지만 그 자체가 어렵고 산정 기준 자체도 없어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피해액 산정 자체가 쉽지 않다보니 혐의 적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액이 5억 원 이상이면 징역 3년 이상, 50억 원을 넘기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핵심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는 어림잡아도 수십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사례에서는 특경법상 배임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5억 원 또는 50억 원이라는 구성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애초에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비교적 가벼운 업무상 배임 혐의만 적용해 기소하고, 법원에서도 이에 맞춰 판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추징도 이뤄져야 하지만 범죄수익이 특정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피해액이 특정돼야 이를 범죄수익으로 반영하고, 수사기관이 추징할 수 있지만 애초에 피해액 산정이 되질 않아 법원에서 받아들이질 않는 상황이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입법적으로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법원에서 판례를 형성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서 최소한의 피해액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경찰, 김호중 방문한 고급 유흥주점 새벽 압수수색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부동산PF 구조조정 시계 빨라진다…신평사 3사 "정부 대책 정상화 기여"
  • "전쟁 터진 수준" 1도 오를 때마다 GDP 12% 증발
  • 유니클로 가방은 어떻게 ‘밀레니얼 버킨백’으로 급부상했나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794,000
    • +0.57%
    • 이더리움
    • 4,320,000
    • +1.27%
    • 비트코인 캐시
    • 661,500
    • +3.04%
    • 리플
    • 723
    • -0.14%
    • 솔라나
    • 238,600
    • +2.67%
    • 에이다
    • 671
    • +0.6%
    • 이오스
    • 1,133
    • -0.44%
    • 트론
    • 172
    • -0.58%
    • 스텔라루멘
    • 150
    • -0.6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600
    • +1.72%
    • 체인링크
    • 22,590
    • +0.36%
    • 샌드박스
    • 617
    • -0.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