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홍콩 ELS 사태가 일깨운 교훈

입력 2024-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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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교수·경영학

투자자책임 원칙 간과하면 ‘폭망’
항셍지수 몰락…정치위험 주시를
총선 앞둔 한국도 단속 강화해야

최근 홍콩 ELS(주식연계증권)에 투자하여 노후자금을 날린 안타까운 뉴스는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는 투자의 기본에 관한 것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옵션(option)’이란 상품에 관한 것을 말한다. 옵션은 ‘선택권’을 의미한다. 콜옵션은 특정상품에 대한 살 수 있는 선택권, 풋옵션은 특정상품에 대한 팔 수 있는 선택권이다.

이때 선택권은 말 그대로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할 권리인데, 그것은 그 옵션을 매수한 사람의 몫이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산 사람은 행사가격(미리 정해진 매매가격) 위로 주가가 오르면 이를 실행하여 돈을 벌고 그렇지 않으면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옵션을 산 사람은 장래 돈을 벌거나 아니면 원래 상태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옵션 매수자는 장래 밑져야 본전인 상태로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이 콜옵션의 장래 이익이 불확실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절대 손해는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익을 볼지 안 볼지 장래 가격에 따라 정해지므로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이때 콜옵션 가격이란 장래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현재 확실한 비용을 들여 구매하는 값을 의미한다. 이는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풋옵션도 마찬가지다. 즉, 옵션매수자는 장래 불확실한 이익을 현재의 확실한 값을 주고 사는 사람이고 반대로 옵션 매도자는 장래의 불확실한 손실상태를 떠안는 대신 현재 확실한 수익(옵션가격)을 취하는 자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이슈가 되는 홍콩 ELS에서 그 상품구조가 옵션을 매도하는 포지션이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당연히 이러한 옵션 매도자의 위험은 엄청나게 크므로 투자자는 장래 최악의 경우 원금이 거의 다 없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금융기관들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이러한 옵션 매도자로서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동의한 상태에서 판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홍콩 ELS 사태에서는 투자자나 금융기관이나 둘 다 이러한 기본적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투자자들 중 30% 이상이 노년층으로서 노후생활안정을 위한 자금이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 경우 당연히 금융기관의 위험고지 의무조항에 대한 엄격한 감독기관의 검증이 필요하고, 이를 어긴 금융기관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받아 마땅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사건들을 돌아보자. 1993년 P&G(프록터앤갬블)사가 뱅커스트러스트에 금리 풋옵션 매도자로서의 계약으로 9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사례, 1995년 닉 리슨이라는 젊은이의 스트래들 매도(동일한 행사가격의 콜과 풋을 동시에 매도) 포지션으로 200년 전통의 베어링브러더스(Baring Brothers)가 파산한 사례, 1997년 SK증권, 한남투신, LG금속 3개사가 설립한 다이아몬드 펀드가 속칭 TRS(총수익스와프)라는 상품을 통해 2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는데 그 구조가 다아아몬드 펀드가 JP모간에 대하여 태국 바트화에 대한 풋옵션 매도포지션을 취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2009년 역시 JP모간에 대하여 키코(KIKO·녹인앤녹아웃옵션) 상품 구입으로 당시 LCD 최고 우량부품사였던 태산LCD를 비롯한 중소기업이 파산한 사건이 있는 등 그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모두 옵션매도자의 포지션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로는 사회주의 또는 반시장주의의 폐단으로 지적될 수 있는 ‘정치적 위험’이다. 1997년 영국의 조차기간 종료 후 표면적으로 일국양제를 내세운 중국은 실제로 홍콩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억압해왔다. 그 결과 2019~2020년 자유를 외치는 홍콩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무력으로 진압되었으며 현재는 일국양제와는 거리가 먼, 중국의 홍콩에 대한 완전지배체제가 확립되었다.

그 결과 홍콩 항셍지수는 2018년의 고점 33,484포인트에서 올해 1월 현재 15,353포인트로 고점 대비 54.1% 하락했다. 중국의 사회주의 패권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각국은 ‘차이나 디리스킹’(중국 위험 탈피책)이란 봉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체제의 위험은 단순히 경제적 위험에 비견하기 힘들 정도로 그 강도가 크다.

한국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내 친중, 친북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의 존재는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엄청난 위기와 재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돈만 벌려고 혈안이 된 일부 금융기관이 우리나라 위기에는 아랑곳없이 종합주가지수(KOSPI)를 대상으로 한 ELS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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