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출산'을 바라보는 조직문화 변해야 한다" [인구절벽 정책제언 ③-2]

입력 2024-04-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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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2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육아휴직, 특혜 아니다'는 인식 퍼져야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은 국가·시민 '윈윈'

아이들은 너무 빨리 커버려요. 다시 올 수 없을 지금인데, 너무 미래에만 집중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아이들과 놀 수 없다면 삶이 무슨 소용인가 싶겠더라고요.

‘육아휴직 쓰고 제주로 왔습니다’의 저자이자 대한민국 육군 소령으로 근무 중인 이희성 작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사실 국가와 시민이 모두 윈윈 하는 것”이라며 “국가는 존속할 수 있고 시민은 자신의 행복을 후세에 남겨줄 수 있고 양육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러 정책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이는 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이것은 결국 돈으로 도구를 생산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진짜 필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사회가 인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진정한 담론”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작가는 “여전히 주류는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사람조차 ‘내가 가정에 조금 소홀하더라도 직장에서 헌신하면 영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육아휴직자들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역시 결국엔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헌신했느냐로 승진과 보수를 결정하다 보니 눈치를 보고 쓰지 않는 사람들이 주류로 남아있는 것”이라며 “주류를 바꿔야 한다. 이 정도의 도약적 변혁이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안 쓰면 오히려 해고 사유가 된다든가 승진에서 탈락한다든가 이 정도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작가의 말처럼 제도 보완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출산과 육아를 바라보는 인식·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내일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의 육아 이야기를 공유해 동료의 응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아이레터’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대학내일 관계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들이 그 경험담을 팀원들에게 알리는 플랫폼이다. 휴직 기간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팀원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보내는 것”이라며 “이 성장을 발판으로 앞으로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도 쓰는데, 이를 통해 서로 배려하고 배려받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육아하는 직원과 하지 않는 직원의 인식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아이레터 문화를 만들었다는 게 대학내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종시에 있는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정모(35) 씨는 ‘건강한 무심함’을 강조했다. 정 씨는 1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했을 때, 휴직 기간의 일들을 과도하게 물어보는 동료들이 부담스러웠다. 질문들은 대개 “부럽다”, “일과 육아 중에 뭐가 힘들어?”, “불안하진 않았어?” 등으로 수렴했다.

그는 “‘다시 열심히 잘해보자’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한 것 같다. 육아휴직을 쓴 게 특혜가 아닌 그냥 월급처럼 누구나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아무도 질투하거나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어쩌면 배려 차원의 건강한 무심함”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은 직원이 육아 때문에 회사를 나가면, 필요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동화 전략으로 돌리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유럽 기업들처럼 육아휴직, 그러니까 가족친화 경영 자체를 기업의 생존이나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거나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며 출산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 전략 내지는 생존 전략으로써 가족 친화 경영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라며 “결국 기업이 ‘가족 친화 전략을 선택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는 기업 생태계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들 육아휴직 자체만 갖고 이야기하는데, 결국 한국 기업은 가족 친화 경영을 해야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못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직원들을 붙잡고 함께 가는 것이 관리 비용도 덜 들고, 축적된 전문 지식을 활용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겠다는 어떤 필요성이 있어야 육아휴직 제도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성가족부의 정책적 기능을 전환해 ‘인구부’로 확대·개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저출생 대책 발표 시, 총선공약사항으로 여당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제시했다”라며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국회의 논의사항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도 일·생활 균형과 육아친화경영을 실천하는 가족친화기업을 적극 발굴해서 홍보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실효적인 아이돌봄서비스와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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