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구] SK하이닉스, HBM 패권의 무게를 견뎌라…‘20만닉스’ 갈 수 있나요

입력 2024-05-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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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인 2012년 3월 26일,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종가 기준 3만300원.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을 뒤이어 9위에 불과했다.

그랬던 SK하이닉스의 시총은 현재 국내 증시에서 2위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10만닉스’를 논할 때 SK하이닉스는 ‘20만닉스’를 논하고 있는 시점이다. 과거의 성장세처럼 SK하이닉스는 AI 열풍에 힘입어 20만 원 선을 뚫을 수 있을까.

HBM 업고 호실적…달려라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3월 종가 기준 18만 원 선을 넘었다. 지난달 11일에는 종가 18만8400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심지어 지난달 장 중 한때에는 19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질주의 중심에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출발한 올해 첫 분기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4296억 원, 2조8860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4.3%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호실적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 사업이 회복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매출액에서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지난해 4분기(29%)보다 6%포인트(p) 확대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필수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점도 호재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과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5세대 HBM 8단 제품이 현존하는 최고 사양으로, SK하이닉스가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양산에 성공해 지난달부터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 양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HBM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모두 완판됐다고 밝힌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변수는 치열한 경쟁, 주가 고점론

SK하이닉스 주가에 변수가 있다면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HBM 경쟁에 뛰어들며 추격전을 벌이면 SK하이닉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HBM3E 8단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은 2분기 중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선언했다. 이는 3분기 양산을 계획한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빠르다. 업계에서는 연내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경쟁이 극에 달한 만큼 1위를 고수해 온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또 경쟁이 심화하면 HBM 가격이 하락하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 주가는 17만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의 상승세에 이날 장 중 한때 18만 원을 재돌파하기도 했지만, 다시 17만 원 선으로 돌아왔다.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영향도 받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 TSMC는 지난달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 증가율을 기존 20%대에서 10%대로 하향 조정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은 매출액은 52억9000만 유로(약 7조8000억 원), 순이익은 12억2400만 유로(약 1조8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6%, 37.4% 감소했다.

이에 반도체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기도 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56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바라보는 SK하이닉스의 적정주가는 평균 22만2800원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스마트폰, 가전 수요 감소 우려와 AI 과잉투자 우려로, 최근 동사 주가는 조정 국면에 있다”면서도 “낸드 역시 AI 수요 증가 수혜를 보고 있어, 주가 리레이팅 분기점이었던 16만 원대를 지지선으로 향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전분기 대비 개선된 수요상황과 낮아진 재고로 안정적인 가격 상승을 전망하며 SK하이닉스의 독보적인 HBM3 판매확대, eSSD 판매 증가로 높은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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