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러 밀착·트럼프 리스크 속...남미 순방서 미·일·중 연쇄회담

입력 2024-11-19 15:58 수정 2024-1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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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리마(페루)/신화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리마(페루)/신화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박8일간의 첫 남미 순방에서 한중,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 등을 잇따라 개최했다. 미국, 일본과는 견고한 동맹을 재확인하고, 중국과는 관계 개선 시그널을 주고받았다. 교집합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러 군사 협력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은 한층 더 복잡해진 외교·안보 상황에 공감하고 공조 및 대응력을 구축하는 데에 주목했다.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전도 이뤄졌다.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외교·안보·경제 협력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최대 이슈는 북러 군사협력이었다. 약 40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3국 정상은 북러의 밀착 관계를 엄중히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고려할 때 무기와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군사 협력 심화는 특히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유엔헌장 제51조에 명시된 국가의 고유한 권리인 자위권 행사도 지지했다.

실제 이번 한미일 공동성명엔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한 무기 거래, 악성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을 포함한 북한의 불법적인 수익 창출 방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과 회피,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동맹을 통해 확장억제 협력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미일 사무국' 설치 합의 내용도 성명에 채택했다.

경제 파트너십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내년 APEC 개최를 기대하며,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 수임을 환영했다. 이시바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MSP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1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등 APEC 기간 세 차례 만났다. 이시바 총리와도 16일 두 번째 양자회담을 하며 긴밀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선 한중관계의 해빙 조짐도 엿보였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은 29분에 그쳤지만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시 주석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한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경제가 서로 융합된 장점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로 한미·미중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최근 한국을 무비자 국가에 포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브라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국·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이 임기 전반기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던 것을 고려하면 외교 기조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은 2년 반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면서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한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러한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러의 밀착 관계를 언급하며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고, 시 주석은 "한반도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한중 FTA 발효 10주년을 앞두고 FTA 후속 협상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방한과 방중도 각각 제안했다. 시 주석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방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이 내년 방한이 성사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와 경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옮겨갔다. 윤 대통령은 북러 불법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하며 국제사회의 결집을 호소했고, 다른 정상들 역시 비판과 압박에 가세했다.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정상과 별도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G20 회의 1, 2세션에서 북러 군사 협력을 두고 정상들의 지적과 격론이 이어져 회의가 지연되면서 회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참석 기간 페루에서 베트남, 캐나다, 페루, 브루나이 등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졌다. 한-페루 정상회담에선 방산협력의 전방위적 가속화 등이 담긴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총 8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남미 순방에서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은 19일 G20 정상회의 세션3과 폐회식 참석 등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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