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김옥분 서울고용노동청 서초고용센터 훈련상담원 "내일은 희망이다"

입력 2012-1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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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방문은 벌써 네 번째다. 퇴근이 가까운 시각 다소곳하게 들어서며 이번에는 정말 홈패션으로 정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지갑을 내보이며 자랑을 했다.

그녀가 처음 온 날에는 내담자들이 너무 많아서 목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이곳에 오면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서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들었어요” 예쁘게 화장을 한 여자가 재바르게 앉으면서 물었다. 조금 전의 남자는 지독한 담배냄새로 압도하더니 여자는 진한 향수로 후각을 자극했다. 이렇듯 나는 다양한 향기를 풍기는 다양한 삶들을 만난다. 그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놓아버린 실업자들이다.

“향수를 참 좋아 하시나 봐요”라는 말에 “향이 너무 진하죠. 오늘은 기분이 꿀꿀해서 선물 받은 것으로 뿌려 봤어요. 미안해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간호조무사로 개인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갑작스런 조치로 실직자가 되었다고 했다. 50대 중반의 여성 가장인 그녀는 예상하지 못한 실직에서 비롯된 막막함을 진한 향수로 제압하고 싶었나보다.

“제 나이의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배우나요? 배우고 나면 취업은 이루어질까요? 저는 손재주가 좋다고들 해요. 그래서 지인이 메이크업을 배우라고 해서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질문을 쏟아내고는 정작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

그녀의 적성과 열정을 혼합시켜 살아갈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그 분야는 무엇보다도 푸른 감각이 요구되어 그 연령대로는 종사하던 사람들마저 은퇴를 고려하는 사회적인 추세를 말하자 자신은 남달리 비범하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녀에게 지식포털 사이트인 HRD-Net를 매개체로 수많은 직업군을 간편하게 검색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내일배움카드제는 실업자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훈련받고자 할 때 국비 지원이 이루어지는 제도이다. 1년에 200만원의 가상계좌가 개설되어 지원되는 금액이 훈련기관으로 직접 지급되는 방법인데 간혹 본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줄 알았다며 실망스러워할 때도 있다. 제도의 적용을 받으려면 취해야 할 조건과 서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지하면 대부분 불편한 기색들이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치라고 해도 그다지 효과는 없다. 그녀 또한 신청서를 배부 받고는 작성할 것이 너무 많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기억하기가 쉽지 않지만 나의 기억력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녀의 두 번째 방문에서 알아보지를 못했다.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왔었잖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도 진하게 뿌리고 올 걸”하며 자신을 알렸다. “그동안 메이크업 과정을 알아보고 일자리도 알아보니까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손재주가 많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홈패션을 배워서 작은 가게라도 하면 어떨까 하구요. 저는 사실 평생 병원에서 일하려구 했었어요” 그녀는 여전히 혼돈상태인 것 같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시로 과도기를 경험할 때가 너무도 많은데 말이다. 그녀의 직업 탐색은 진행 중이었다. 세 번째 방문에서는 커피와 빵을 배워서 작은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녀가 만든 지갑은 오밀조밀한 문양으로 애잔함이 묻어났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을 찾기 위해서 수십 번의 생각을 교차 시켰으리라. 그녀의 다음다음 내일은 햇살 가득한 공방에서 누군가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꾸며줄 작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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