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 무례함은 어디까지인가 [유혜은의 롤러코스터]

입력 2013-12-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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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하루에 1000번씩 절을 한다. 1000번 하니 남자들이 눈에 안 들어왔다. 10만 배를 하니까 희한하게 여자들이 예뻐 보였다.”

한 동성애자 남성은 이성애자로 거듭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절에서 108배를 하니 갑자기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 속 나타샤(송원근)의 대사다.

이를 접한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임성한 작가를 “막장계의 거장답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21세기에 이런 썩은 개그로 막장을 빚어 돈 버는 재주가 참 남다르다”고 냉소적인 일갈을 내뱉기도 했다. 그는 커밍아웃한 유명인 중 한 사람이다.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공주’로 막장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미 수많은 막장 요소들이 이 작품을 스쳐갔다. 그러나 임성한 작가의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막장을 넘어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 나타샤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만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나타샤는 극에 등장하자마자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전락했고, 다른 캐릭터들의 무시를 견뎌야 했다. 급기야 임성한 작가는 나타샤의 성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꾸며 무례함의 정점을 찍었다. 차라리 재등장 없이 하차로 마무리됐으면 좋았을 뻔 했다.

(MBC)

‘오로라공주’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느낄 수 없다. 물론 배려가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란 파급력 높은 매체를 이용해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생각’이 있어야 했다.

2010년 방송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를 과감하게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김수현 작가는 동성애자의 삶과 사랑, 고민과 역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역시 김수현’이란 찬사와 함께 호평이 쏟아졌다.

유명 작가라도 행보는 이처럼 다르다.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드라마, 임성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어느 쪽이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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