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25) 오디뮤지컬컴퍼니] 한국 상황에 맞게 변용 ‘논레플리카’ 전략 통했다

입력 2014-02-07 10:48 수정 2014-02-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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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무대 만나는 공연예술 지향…‘지킬앤하이드’ 누적 관객수 80만명

눈이 내리던 겨울날, 관객의 마음을 수없이 훔쳤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 ‘드림 걸스’, ‘페임’ 등 계단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 포스터가 반가움을 앞서게 하는 오디뮤지컬컴퍼니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테라스에 눈길을 끄는 목조 의자는 서울 LG아트센터 무대 위 호수를 구현해 주목받은 연극 ‘갈매기’(2007)의 소품으로 특별 제작된 것이다. 불어오는 흰 눈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모습이 마치 개척과 도전으로 점철된 13년간의 오디뮤지컬컴퍼니가 걸어온 길을 닮은 듯 보였다.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의 약자인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관객과 무대가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문으로서의 공연예술을 지향해왔다. 2001년 설립된 이래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 등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국내 관객의 신뢰를 쌓으며 이미 탄탄한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 잡은 뛰어난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회사명에 비친 포부와 같이 국내 뮤지컬의 해외시장 진출에 선도적 역할을 개척해 온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오는 6월 12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대극장 무대에 새 창작 뮤지컬 ‘Holler If Ya Hear Me’를 올린다. 신춘수 대표가 국내 최초로 프로덕션 책임 프로듀서(Leading Producer)로 나선다. 2001년 오디뮤지컬컴퍼니 설립 당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게 신춘수 대표의 전언이다. 이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 ‘명성황후’ 연출의 윤호진 대표,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등 척박한 땅을 일군 프로듀싱 1세대를 넘어설 오디뮤지컬컴퍼니만의 새 전략이었다.

2009년 본고장 진출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드림걸즈’로 신호탄을 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미국의 제작자 존 F. 브릴리오와 합작한 ‘드림걸즈’를 국내 관객에게 세계 최초로 선보인 후 미국 29개 도시, 남아프리카공화국 2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특히 브로드웨이에서 2009년 상연한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는 신춘수 대표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닥터 지바고’를 호주와 미국 등 해외 프로듀서와 전략적 국제적 동반관계 체제로 기획해 명성을 다졌다.

특히 라이선스 작품이 시장 흐름의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용한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선보인 ‘지킬 앤 하이드’는 라이선스 뮤지컬 중 가장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된 프로덕션의 좋은 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루 판매량 1만 장이라는 티켓 판매율로 단기간 최고 수익을 기록한 ‘지킬 앤 하이드’는 2010~2011년 시즌 9개월 동안 35만 명이 관람하고, 총 27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2004년 한국 초연 이후로는 800여 회 공연, 누적 관객 수 80만 명을 기록해 관객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기존의 뮤지컬 1세대와 다른 공격적 프로듀싱을 지향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총 40편의 공연, 100여 회의 프로덕션을 제작해 동종 업계 공연제작사 중 뮤지컬 최다 제작이라는 수식어를 얻어냈다. 이처럼 프로듀싱 회사로서 초점을 맞춘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고, 기존에 없던 발걸음이었다.

최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TV 브라운관 속 엄기준, 조정석, 주원, 김무열, 지현우, 강지환, 이선균 등 스타의 잠재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과감하게 뮤지컬 무대에 기용한 것은 오디뮤지컬컴퍼니였다. 이들의 존재감을 알리며 스타로 발돋움시킨 오디뮤지컬컴퍼니의 ‘그리스’는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조승우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닥터 지바고’ 등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무대를 통해 최상의 기량을 펼친 대표적 스타다. 이 같은 신드롬에 대해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매니지먼트 사업을 꾀하기도 했으나 작품 제작이라는 본질에 전념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이를 시도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마케팅사업 부문 역시 아웃소싱을 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회사와 분리시켰다.

인적 규모를 줄여 나간 뒤 제작에 효율을 증대시킨 오디뮤지컬컴퍼니는 5년 전부터 8명의 직원이 꾸려가고 있다. 이에 신 대표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브로드웨이의 오피스텔 프로듀싱 컴퍼니에 가깝다”며 “인원 수는 중요하지 않다. 작품을 많이 하게 되면 인원은 자연히 늘어나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열정과 실력을 모두 갖춘 이들이다”고 지론을 밝혔다. 2002년부터 일본 테스트 마켓에 접근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포함한 제작, 기획 전반 곳곳에 인력풀을 확보하고 키워 내는 데 열정을 쏟았던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일본 진출을 도모하며 최근 활약을 펼쳐 보이는 국내 여러 3세대 제작사에 씨앗을 뿌린 셈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올해에도 국내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그리스’가 올해도 오픈런한다. 또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새로이 선보이는 ‘드라큘라’ 역시 7월 국내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과감한 신인 발굴, 논레플리카 방식의 창의성 발휘, 해외 시장으로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노력 등에 역점을 두며 차별화된 길을 걸어왔다.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바탕으로 세계적 공연예술 제작사를 꿈꾸는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발걸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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