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영화관, 3D 관람료 인하의 불편한 진실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3-16 19:32 수정 2014-03-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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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영화 관람은 예나 지금이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 문화생활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영화관이다 보니 단돈 1000원 인상에도 엄청난 반발에 부딪힌다. 흥행작의 경우 줄을 서서 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80년대 2500원이었던 영화 관람료는 90년대 5000~6000원을 유지했다. 1000원씩 스멀스멀 인상하려는 시도는 해마다 계속됐지만 그 때마다 반발은 거셌다. 결국 총대를 멘 것은 대형 멀티플렉스였다. 2009년 메가박스가 영화 관람료를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으로 인상하면서 벌어진 찬반논란 사태는 지금도 그 치열했던 논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철저한 경제논리 속 수익에 죽고 사는 멀티플렉스라고 해도 관객의 외면을 받으면 영화 산업 전반에 위기가 온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인터넷, IPTV 서비스가 보편화돼 안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에 무조건적인 영화 관람료 인상은 극장가를 찾는 관객의 발길을 끊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장이 세분화된 영화 관람료를 제시하며 당근 정책을 내놓았다. CJ CGV는 지난달 24일부터 조조(오전 10시 이전), 주간(오전 10시~16시), 프라임(16시~23시), 심야(23시 이후)의 세분화된 관람료 정책을 밝히고, 2D 영화의 관람료를 최대 1000원 인상하는 동시에 3D 영화 관람료는 최대 2000원 인하했다. 원하는 시간대에 적정한 가격으로 영화를 보고, ‘그래비티’, ‘겨울왕국’ 등 양질의 영화를 통해 3D 수요가 급증한 만큼 이 같은 제도의 다양화는 이전처럼 관객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 이투데이DB)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시간이 아닌 저렴한 시간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필요로 한다. 멀티플렉스 측은 최대 6000원으로 책정된 조조(10시 이전)를 활용할 경우 주간(10시~16시) 9000원, 프라임(16시~23시) 10000원에 반해 저렴하게 많은 편수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 달 3편의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2000원만 더 투자하면 5편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조 이용객은 한정돼 있고, 대다수 이용자들이 주간, 프라임, 심야 시간대를 이용하는 관객 이용분포를 볼 때 이는 눈가림식 정책일 뿐이다. 더군다나 간헐적인 3D 영화의 관람료를 낮춰 2D 인상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얕은 술수도 보인다. 무엇보다 조조 영화 관람료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된 상황 아닌가.

물론 한국영화 부율 조정, 소비자 물가의 상승에 따른 티켓 가격 책정, 신규 영화관 도입에 따른 투자비 증가 등 극장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관람료 인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상영 환경 조성이라는 핑계도 영화관 이용객으로서는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 개선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빡빡한 일상 속에 찾아온 황금 같은 주말 저녁 연인과 손잡고 영화관을 이용하려면 20000원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팝콘에 콜라 2개를 먹으려면 콤보 8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양보하고 양보해 20000원이면 배불리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시대는 옛 말이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15일까지 누적 매출액 820억원을 기록했다. 15일 일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우아한 거짓말’은 하루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4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8500원을 아끼려 팝콘 대신 3000원짜리 오징어를 먹는 ‘서민 관객’에게는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수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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