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에 등장한 구급차, 왜 문제일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7-2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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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심장이 뛴다'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 영상(사진 = SBS)

우리나라는 구급차 안 비켜주기로 유명한 나라다. SBS의 종영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방송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린 시절 도로상에서 구급차를 비켜주지 않아 사이렌 소리를 긴 시간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경험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 내 가족이 감기에만 걸려도 응급실에 달려가고, 조그마한 상처로 피가 나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병원으로 내달리는 우리지만 정작 구급차는 비켜주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채 가시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 양보의 미덕을 지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연예계를 향하고 있어 씁쓸하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들이 구급차를 이용해 사이렌을 울리기 때문에 비켜주고 싶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행해지는 몰지각한 행동을 또 만만한 연예인을 핑계 삼아 포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몇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개그우먼 강유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부산공연에 늦어 구급차라는 걸 처음 타고 이동하는 중.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약품 등이 구비된 구급차 내부를 찍어 사진까지 게재했다. 공공연히 행해지는 연예인들의 구급차 사적 이용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심지어 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연예인들이 그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었다. 자신들의 스케줄 소화를 위해 구급차를 이용하면서 부끄러움마저 없었다.

지난 17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진행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레드카펫 행사에는 구급차가 등장해 술렁임을 자아냈다. 사이렌까지 울리며 등장한 구급차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또 어떤 연예인이 레드카펫 행사에 늦어 구급차를 타고 왔다고 생각했다. 논란이 되자 PiFan 측은 영화 ‘좀비스쿨’ 팀의 퍼포먼스였다고 당당히 해명했다. “좀비 분장은 미리 논의됐지만 구급차를 타고 올 줄은 몰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 역시 홍보를 위한 과한 욕심이 부른 몰지각한 행태다. 해당 구급차가 소품용이고, 좀비 영화 홍보를 위한 퍼포먼스였다는 해명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급차라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며 촉각을 다투는 생사의 현장에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그런 퍼포먼스는 지양됐을 것이다. 특히 사이렌까지 울리며 당당히 등장한 구급차가 퍼포먼스용이었다는 것은 PiFan 주최 측조차 모르는 사실이었다. 레드카펫의 멋을 위해 턱시도, 드레스는 갖춰 입고, 좀비 분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반면 구급차는 참 현실성 있게 구현했다. 만약 소방 영화의 홍보를 위해 레드카펫 현장에 소방차를 타고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온다면 어떤 반응을 이끌어냈을까.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구급차에 대한 가벼운 인식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특히 연예인들의 구급차 경시 풍조는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향후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일 분 일 초의 양보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더 이상 구급차를 개인의 스케줄을 위해 이용하는 연예인은 없어야 하며, 구급차를 영화 홍보를 위한 퍼포먼스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구급차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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