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살아야 경기가 산다③]믿음 안가는 동반성장지수…불공정대기업이 최우수

행위 시점과 감점 부여시점 달라, 불공정행위 일어난 해 ‘최고 등급’

동반성장지수가 도입된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평과 결과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SK C&C와 KT는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서 이들 기업은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현실과 평가 간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및 협약이행 실적평가를 합산해 등급을 매긴다. 불공정 행위 기업의 우수 등급 논란이 일자 동반성장위는 ‘처분 결정이 평가 시기와 다르다’는 설명했다.

SK C&C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2개 수급사업자에게 SW시스템 개발·구축 및 운영·유지보수를 위탁하면서 위탁한 과업 내용 및 물량에 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대금을 감액했다는 이유로 올해 2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동반성장위 측은 “동반성장지수평가에 공동 참여하는 공정위는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감점을 부여하고, 우리는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감점을 준다”며 “2014년 평가 시에 SK C&C에 감점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 C&C는 2012년 평가에서 최고 등급(발표 당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실제 불공정행위가 일어난 해 동반성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이다.

KT도 올해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내년에 실시하는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때 감정을 받게 된다.

KT는 2010년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에 태블릿 PC 17만대를 제조 위탁한 후 판매가 부진하자, 2011년 제품 하자 및 검수 조건 미충족 사유로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했다. 엔스퍼트는 2011년 11월 공정위에 1차 신고를 했고 2012년 공정위가 증거 부족으로 심의절차를 종결하자, 다시 같은 해 재신고했다. 결국 지난 4월 공정위는 KT에 과징금 20억여원을 부과했다

KT는 2011년 양호(발표 당시 보통 등급), 2012년에는 우수(발표 당시 양호 등급), 2013년에는 최우수(이전 등급 기준으로 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위가 두 차례에 걸쳐 평가 지표를 고쳤지만, 행위 시점과 감점 부여시점 달라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지고 있다.

공정위도 이 같은 논란에 동조했다. 지난 11일 지난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 주최로 열린 ‘동반성장지수 평가’ 세미나에서 박재규 기업거래정책국 과장은 법 위반에 따른 감점조치 기준 시점의 차이에 따른 평가 불일치 논란에 대해 “평가 자체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기업이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기업에 선정됨으로써 동반성장 평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감정이나 여론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하며, 공정위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