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전파 아닌 수용! 한류의 또 다른 역량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8-0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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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예스컴이엔티 제공)

태풍 나크리가 한반도에 상륙한 주말 오후, 2014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열린 인천 송도의 달빛축제공원은 거센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록이 가진 강렬한 사운드와 공존의 마력은 비와 바람마저 록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아직은 한적한 송도의 조용한 도로를 지나 달빛축제공원으로 들어선 순간 펼쳐진 장관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드넓은 잔디밭에 펼쳐진 텐트와 돗자리에서 리듬에 몸을 흔드는 사람들은 여느 해수욕장 부럽지 않은 ’여유‘를 보였고, 무대 앞에서 두 손을 들고 방방 뛰는 사람들은 록의 전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2일 펜타포트에는 카사비안(KASABIAN), 보이즈 라이크 걸즈(Boys Like Girls), 이디오테잎(IDIOTAPE), 더 호러스(The Horrors), 인스펙터 클루조(Inspector Cluzo)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뮤지션에 의한 다양한 록의 세계가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펜타포트 라인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기하며 우려를 낳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현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캠핑존은 1일권부터 3일권까지 전부 매진됐고, 하루에만 4만명을 넘는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현장의 키워드는 ‘흥분’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26살 A씨는 “매년 이맘때면 록페스티벌에 빠져 있는다”고 말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보이즈 라이크 걸즈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Do you know rock?(록을 아느냐?)”이라고 외쳤다.

록이 가진 강렬함과 관객의 흥분은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며 문화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 문화를 수용하는 성숙한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영국 출신의 막시모 파크(Maximo Park), 트래비스(Travis), 스타세일러(Starsailor), 일본의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이스라엘 어콜렉티브(ACOLLECTIVE) 등 전 세계 록 스타들은 동방의 작은 나라에 모인 록 팬들에게서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다. 형형색색의 코리안 록 마니아들은 때로는 광기로, 때로는 잘 구성된 군무로 록 스타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들은 음악을 즐길 줄 알았고, 음악에 대한 이해 수준도 높았다. 보이즈 라이크 걸즈가 공연 중 충동적으로 무대 위로 부른 한 관객은 능숙한 춤과 노래, 관객 호응 유도로 보컬 마틴 존슨(Martin Johnson)의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였다.

(사진 = 예스컴이엔티 제공)

올해로 3번째 펜타포트를 찾은 프랑스 출신의 2인조 밴드 인스펙터 클루조는 공연 직후 무대 옆 천막에서 즉석 사인회에서 자신의 앨범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 여성 팬에게 연신 감사함을 표현해야 했다. 6년 만에 펜타포트에 돌아온 카사비안은 무대 앞에 몰려든 관객들의 일사 분란한 움직임과 잔디밭을 뛰어 다니는 자유로운 열정에 음악 외적인 퍼포먼스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펜타포트에서 보여준 팬들의 모습은 우리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창의력, 열정, 잠재력을 하나로 담고 있었다. 펜타포트의 팬들은 그 어느 공연장보다 개성이 넘쳤고,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집착하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나의 작은 공원에 모인 이들은 바깥세상과 차별화를 외치는 것 같았다. 그들만의 ‘광기’가 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류는 그간 아이돌 스타와 일부 꽃미남 스타로 대변됐고, 이는 팬덤을 근간으로 한다. 펜타포트는 한류가 왜 전 세계적인 문화 키워드로 떠올랐고, 동방의 조그마한 나라가 어떻게 문화강국으로 지칭되는지 팬덤의 힘을 극명히 보여주는 하나의 장이었다. 오는 14일 그룹 결성 43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 "위 아 더 챔피언"의 퀸, 16일 국내 팬들 앞에서 공연이 예정된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9일 내한 공연하는 정통 헤비메탈 뮤지션 오지 오스본 등 수많은 세계적 스타들이 지금도 내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펜타포트의 심장에 있던 기자는 그들이 왜 코리안 팬들 앞에 서는지 그 짜릿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진 = 예스컴이엔티 제공)

강렬한 록 사운드에 스트레스를 날리며 환호하던 중 레게 스테이지가 마련된 특설 무대 근처에서 온몸에 문신을 하고 드레드록스(Dreadlocks)를 한 채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한 팬의 모습을 보면서 문화를 수용하는 우리의 성숙하고 진지한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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