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ㆍ비…그리고 윤 일병, 그들의 군대는 왜 다른가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8-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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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사진 = 뉴시스)

무단이탈 후 음주, 사건은폐를 위한 보고누락, 운전 및 교통사고로 물의를 빚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30)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은 유명인에 집중돼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한 군 복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해 7월, 이른바 ‘연예병사’로 지칭된 국방홍보지원대는 폐지됐다. 군이란 울타리 안에서 시간을 보내던 연예병사들의 행태는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복무 중 사복 차림으로 무단이탈을 하고, 휴대폰을 몰래 반입해 사용한 것도 모자라 음주, 안마시술소(퇴폐업소) 출입 등 군인 신분이 아니어도 경악할 만한 일들을 유유자적 누리고 있었다.

군 당국으로선 한 제도를 폐지할 만큼 단호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연예인들에 대한 꼬리 자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김원중을 비롯한 일부 상무 선수들의 무개념 행보로 재발된 유명인의 탈선과 군 당국의 관리 부실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남자친구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군은 그야말로 70~80년대로 회귀한 상황이다. 선임들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 사망사건을 필두로 병사 간 가혹행위, 구타 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군 내 사건 사고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80년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은폐, 엄폐했던 사건들이 윤 일병의 죽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일 뿐이다. “군대 좋아졌다”는 말은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있고, 오늘도 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그들의 부모는 밤잠을 설치는 형국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 군인들이 참을 수 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군대를 갈 수 있는 이유는 ‘형평성’에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떠나 자유를 제한당한 채 생활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힘이다. 2년의 시간 동안 참고 또 참으며 성숙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군대에 간다는 전제 안에서 형성될 수 있다.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사진 = 군인권센터)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제기된 연예병사의 심각한 탈선, 일부 상무 병사들의 행태는 징병제가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을 통째로 흔든다. ‘왜 저들은 나와 다른가? 유명해서? 집안이 좋아서?’라는 생각은 군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전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모든 장병들이 같은 형태의 군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병사는 사복을 입고 야외 활동을 하며 어떤 병사는 테니스를 치고 요리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군 시스템 내에서 필요에 의해 형성된 보직이다. 술을 마시고, 마사지를 받으며 나가고 싶을 때 자가용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것은 군인 신분이길 부정한 행동이다. 이는 군 존재 이유를 부정한 행동으로 마땅히 엄히 처벌받아야 할 일이다.

일부 연예인과 체육계 스타들이 누리는 행태는 정말 대단하다. 누구는 선임에게 폭행당해 뼈가 부러지고 매일 밤 목숨을 담보로 생활하지만 누구는 사복을 입고 밤에 술을 마시고, 마사지를 받고 다닌다. 지금의 대한민국 군대 현실이다.

과거 악플러들의 집중 포화 대상이었던 문희준은 군대에 다녀온 후 더 이상 욕을 먹지 않았다. 군대에 다녀온 연예인들은 이른바 ‘까방권(까임 방지권)’이란 대중의 선물을 받았다. 이는 우리들의 군 생활과 연예인들의 군 생활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 하에서 가능했다. 아니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유명인들의 군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이제 더 이상 ‘까방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군 생활은 그들만의 군 복무이기 때문이다.

군인이기 이전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나라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국가대표로서 자행된 탈선은 개인의 죄를 넘어 군 전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썩어빠진 인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군 당국의 대처는 정말 안일하다. 연예병사 제도의 폐지가 아니라 해당 병사들을 일벌백계해야 함은 물론이고, 향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이 시간에도 묵묵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일련의 사태를 보며 자괴감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자괴감에 빠져야 하는 것은 탈선을 일삼은 유명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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