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의 모창, 엔터테이너의 영역 확장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0-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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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2' 왕중왕전 파이널 무대(사진 = 뉴시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의 인기 비결은 ‘신기함’이다. 유명 가수의 목소리, 발성, 가창력을 그대로 흉내 내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에 타고난 목소리에 의존하지 않은 노력이 가미된 완벽한 모창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히든싱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외면됐던 ‘모창’을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워 성공했다. 4일 방송된 ‘히든싱어3’의 가수 이적 편은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6%를 기록하며 종편채널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8%까지 치솟았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이적의 노래는 음원 차트에서 다시 인기를 끌며 회귀현상까지 보였다.

과거 성대모사는 유명 개그맨들의 인기 비결이었다. 개인기를 요구할 땐 흔히 성대모사를 했다. 유명 정치인의 성대모사를 잘 하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됐다. 하지만 노래는 달랐다. 흉내 내기에 급급한 창법은 그저 공허한 웃음만 줄 뿐 그 사람에 대한 경쟁력이나 엔터테이너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 국내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와 SM, JYP 등 대형 기획사가 심사위원으로 포진된 SBS ‘K팝스타’의 경우만 봐도 모창은 탈락의 가장 확실한 요소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개성 있게 불러야 하는 것이지 기존 가수를 따라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요계 불문율을 ‘히든싱어’가 깼다. 가장 비슷하게 따라하는 참가자는 스타가 되고 환호를 자아낸다. 대중은 그들의 목소리를 똑같이 재현해내는 참가자에게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가수 나훈아를 흉내 냈지만 삼류로 치부됐던 ‘너훈아’도 지금의 가요계라면 원조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다. 신변잡기로 치부되던 모창이 노력에 의해 발전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면서 대중은 환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히든싱어’ 참가자가 그렇듯 그 노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호감, 존경심 등에 기인한다. 그래서 내 노래를 나와 비슷하게 부르는 이 참가자에게 스타는 질투와 경계가 아닌 고마움으로 다가간다. ‘짝퉁 가수’ ‘표절’에 예민한 가요계에서 자신을 따라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 역시 모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연예계가 성대모사, 모창을 받아들인 것에는 사회적 풍자, 권위주의 타파 등의 도전의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이는 친근감을 유발하며 톱스타와 대중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대통령의 성대모사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 어떤 대통령도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개그맨에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 행태가 설사 우스꽝스럽다고 해도 말이다. 이 때문에 성대모사를 통한 대통령의 권위주의 타파, 친근감 조성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목소리를 개그맨을 통해 들으면 그 대통령에 대한 권위가 사라지는 기능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창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일반 사람이 톱가수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행위는 단순히 오락적 측면을 넘어 ‘신적 영역’에 있던 해당 가수의 신비주의를 벗겨줌과 동시에 무대 위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창 능력자와 원조 가수의 상호 의존적 인간관계가 대중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다가가는 것이다.

‘히든싱어’ 시즌2가 낳은 최고 화제의 인물은 가수 휘성의 노래를 모창한 김진호다. 이에 대해 휘성은 “‘가슴 시린 이야기’의 ‘울지마 바보야’란 소절을 많은 분들이 코믹하게 따라했기 때문에 ‘히든싱어’에 나가기 싫었다. 또 놀림 받을 것 같았다. 되돌아보면 찌질한 생각이었다. 많은 분들이 따라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임팩트 있었다”고 밝혔다.

휘성의 말에서 ‘히든싱어’의 ‘다름’을 유추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모방’은 ‘웃음’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동시에 가장 다양한 피드백을 얻는 장치다. 성대모사에서 시작된 ‘모방’의 역사는 ‘히든싱어’를 통해 모창이라는 새 영역으로 발전했다. 이제 기성가수들은 내심 한 번쯤 ‘히든싱어’에서 자신의 모창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오디션에서 경쟁력을 폄하 당하고, 아류가 되어 음지에서 노래해야 했던 모창 능력자들에게 ‘히든싱어’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선함은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모사'의 진화에 가장 즐거운 것은 역시 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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