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과징금’ 피한 CJ올리브영…IPO 탄력 붙는다
6000억 과징금 예상됐으나 19억 원 부과ㆍ법인 고발 그쳐
H&B 시장지배적 지위는 불확실 판단
“유통사 갑질 암암리 성행”…공정위 비판도
내년 상반기 상장 재추진 가능성
납품업체에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은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19억 원의 과징금을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당초 이 사건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6000억 원으로 추산됐기에 비록 제재는 받았지만 선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데믹으로 올리브영은 내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공정위 리스크를 털면서 상장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9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또한 법인 고발도 결정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올리브영은 납품업체에 자사 판촉 행사에만 참여하도록 강요하고 정보 처리비를 부당 수취하는 등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올리브영의 ‘EB(Exclusive Brand) 정책’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공정위는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EB 정책은 경쟁사인 랄라블라, 롭스 등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자에 광고비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올리브영이 헬스&뷰티(Health&Beauty)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앞세워 납품업자에 갑질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하려면 H&B 시장에서 올리브영 점유율이 독보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공정위는 당초 오프라인 매장만 보고 올리브영을 1위 사업자로 규정했다. 그러자 올리브영은 온라인까지 H&B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만 보면 올리브영의 점유율이 70%가 넘지만 온라인을 포함하면 급감해 시장지배적 지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의 1심 기능을 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최근 10년 간 화장품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어 관련 시장을 더욱 넓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사실상 올리브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결론으로 앞으로 유통사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온라인 등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중소 규모 납품업체들에는 여전히 강력한 갑의 지위이기 때문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또한 최근 협력사를 대상으로 타 플랫폼 입점 제한 등 부당 계약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올리브영의 EB 정책과 비슷한 납품업체 갑질이 암암리에 성행 중인데 이에 대한 견제 역할을 공정위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문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에 대해 “공정위는 매년 법 위반 행위 수집 등을 목적으로 유통업체의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하고, 또 익명제보 시스템이나 옴부즈맨 제도 등을 통해 제보를 계속 받고 있다”며 “이런 수단들을 통해 납품업체에 불이익을 주거나,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리스크를 턴 올리브영은 상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지만 증시 침체에 공정위 이슈까지 겹치며 보류했다. 엔데믹으로 내년 실적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IPO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 육성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 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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