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내가 ‘오버워치법’을 발의한 이유

입력 2018-12-18 18:16 수정 2018-12-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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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대한민국의 법이 2030세대의 생활과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비효율과 부조리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먼저 관련 제도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때 법과 현실 간의 ‘미스매치’, 즉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를 발견한다. 현장의 실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하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지금의 정치 서비스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 필요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우리 의원실은 대학생, 청년을 포함한 국민과 함께 팀을 꾸린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학생 팀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녀노소 모든 계층에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중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 만연하는데, 가해자에게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게임사는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거론된 게임은 널리 알려진 ‘오버워치’이다. 게이머 6명이 팀을 이뤄 즐기는 슈팅게임이다. 팀원은 헤드셋을 통해 소통하며 6명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게임 특성상 음성 대화가 필수로 여겨지며 팀보이스(단체 음성 채팅)에 접속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런데 이 음성 채팅 중 ‘여자는 게임하며 허리도 돌린다’든지, ‘가슴 사이즈를 알려줘’, ‘여자가 힐러(지원가)나 해야지. 메르시(아군을 치유 부활시키는 캐릭터) 골라서 나한테 빨대나 꼽아줘’라는 여성 비하 발언은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그만두는 여성 유저들도 많다.

현행법에는 온라인상에서나 직장 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한 명시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행위가 성범죄라는 인식이 낮다. 그러다보니 성희롱이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75%, 여성의 65.5%가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청년참여연대가 발표한 ‘오버워치 내 성희롱·성차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 내 성차별 및 성희롱이 있다고 응답한 유저가 96.2%에 달했다.

그래서 발의한 법안이 ‘오버워치 성희롱 금지법’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정보통신망, 즉 인터넷 공간에서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성희롱도 성범죄임을 명백히 하자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머물러 있는 사이에 시대가 바뀌었다. 10대들은 인터넷에서 자살송을 듣고 흥얼거린다. 가사 중 후렴구는 이렇다. “나는 멍청하고 산소만 낭비하는 쓰레기, 머리 박고 자살하자.” 경쾌하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이다. 또한 이들은 트위터 등에서 ‘자해러’, ‘우울러’라는 해시태그로 함께 자해할 친구를 찾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청소년들은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서 자살 유해정보를 접했지만 이제 청소년들은 ‘자살카페’나 ‘자살 동반자 모집 글’이 아니라 ‘유튜브 속 대중가요’, ‘트위터 속 자해 친구’를 통해 자해와 자살을 생각한다.

거론된 내용 외에도 놀랄 만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을 통한 변종 유해 매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다. 이 매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정부와 입법부인 국회는 지금의 청소년·청년 세대가 어떤 매체로 무엇을 접하고, 이에 따른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큰 흐름에 대해 파악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는 앞으로의 미래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해 가는 매체 환경에 바른 대처 없이 우리 미래 세대가 자라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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