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최근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WSJ는 최근 상품가격 급락과 증시 부진, 채권 금리의 하락 등 디플레이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저성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3%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목표인 2%에 크게 못 미쳤다.
일본의 지난 8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4월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한 실질 물가 상승률은 1.1%로 일본은행(BOJ) 물가 목표(2%)를 밑돌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이사를 역임한 제레미 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유럽 지도자들이 공격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BOJ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으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시장에서는 BOJ가 내년 초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순항하던 미국도 글로벌 경제 불안이라는 암초에 걸릴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은 연초만 해도 연준 물가 목표인 2%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달러 강세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지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 떨어져 13개월 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가 등 상품가격 하락으로 미국도 인플레이션 둔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가가 낮아지면 미국 소비가 늘어나는 긍정적 영향도 기대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