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후보 4인…"내가 회장이 돼야 하는 이유"

입력 2014-10-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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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차기 회장 2차 후보로 선정된 4인의 목소리는 각각 달랐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며 회장이 돼야 할 당위성을 역설했다. 글로벌 진출전략, 인력 구조조정 등에서도 다른 주장을 폈지만, KB의 리딩뱅크 위상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 "이래서 내가 회장감"…글로벌·화합·경험·이론 등 강조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하영구 씨티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사장 등을 2차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하 행장은 글로벌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에서 오랜 기간 은행장을 맡은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KB도 여기서 머무를 수 없고 글로벌하게 뻗어나가야 한다"며 "씨티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은행지주사 CEO로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경험을 KB에서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장점은 합리적 결정, 열린 경영,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 등으로 이런 경험을 쌓은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고객도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KB가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부사장은 내부 출신으로서 직원들의 화합과 결속, 역량 발휘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역설했다.

그는 "KB 사태를 겪으면서 직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내부 출신이 KB 회장이 된다면 직원들의 자긍심 회복과 함께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영업력과 고객 신뢰 또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재무, 전략, 영업, 리스크 관리 등을 두루 경험하고 계열사들을 관리해 KB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의 안정을 끌어낼 수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행장은 수석부행장으로서 국민은행을 경영했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수석부행장은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서 각 부행장들이 제 결재를 받고 행장한테 갔다"며 "업무도 많이 알고 있고 사람도 잘 알고 있으며, KB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B 직원들은 경쟁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로, 조직이 안정되지 않아 능력을 다 펴지 못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KB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조직 안정을 통한 장기적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 출신의 지 전 부사장은 '이론'과 접목한 과학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 전 부사장은 "미국에서 금융기관론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연구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론 면에서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 과학'에 근거한 금융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다.

그는 "2천600만명의 KB 고객에게 제대로 금융 서비스를 하려면 정확한 통계적 분석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특정인에게 꼭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이것이 제대로 된다면 고객의 신뢰와 사랑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화 "아시아 중시" vs "미국 진출"…구조조정 등도 이견

윤 전 부사장과 김 전 부행장은 글로벌 진출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윤 전 부사장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꾸준한 전략과 실행"이라며 "우선 해외 지점과 현지법인을 재정비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정상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외 시장에 대한 관리 역량을 축적한 후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행장은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할 때 적극적으로 해외진출 대안을 검토했으며, 그 경험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KB금융그룹 전체적으로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글로벌 전략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일이 아니다"며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하게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그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전 부사장은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나름의 견해를 제시했다.

지 전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시장을 얘기하지만, 나는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BCC를 인수할 때도 우리보다 못한 곳에 진출하지 말고, 더 잘하는 곳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며 "아시아보다는 선진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중형 은행을 인수해 선진 금융을 배워야 한다"며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이 많은 만큼 무역거래, 수출입금융부터 시작해 점차 업무 영역을 확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주택은행과의 합병 후 인력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는 국민은행의 구조조정 문제에서는 하 행장은 '원칙론'을 내세웠다. 다른 후보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윤 전 부사장은 "구조조정에 앞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쓴 후,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전 부행장은 "지금은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이며, 구조조정을 얘기할 단계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 전 부사장도 "사람을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이는 수준 낮은 대책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 행장은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느냐, 필요하지 않느냐 또는 유휴인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나중에 판단해야겠지만, 밖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이 필요없다' 이런 식으로 답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노조가 바라는 답을 하겠다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고 비판받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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