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실패한 김시진에게 예의는 사치인가 [최성근의 인사이트]

입력 2014-10-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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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에서 패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 없는 것일까. 김시진 롯데 감독이 시즌 마지막 날인 17일 사퇴했다. 김 감독은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에 대해 비난을 받아오다 “그동안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나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해 현장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말을 남기고 짐을 쌌다. 롯데는 즉시 김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

김시진 감독은 2012시즌이 끝나고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투수 발굴에 탁월했기에 롯데 마운드를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롯데의 젊은 투수들은 예상했던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김주찬과 홍성흔이 자유계약(FA) 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타선의 힘도 약해졌다. 지난해 66승 58패 4무(승률 0.532)로 5할 이상 승률을 올렸지만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08년부터 5년간 계속된 포스트시즌 진출이 실패한 것. 팀 평균자책점은 3.93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타율(0.261), 홈런(61개), 득점권 타율(0.258)모두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우승을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투수는 장원준이 군 복무를 마치며 합류했고 유먼, 옥스프링과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송승준은 건재했고 FA 자격을 얻은 강영식도 눌러 앉혔다.

타선도 든든했다. FA 역대 최고액인 4년 75억원을 들여 강민호를 잡았고, 4년 35억원을 주고 최준석을 영입해 중심타선을 보강했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까지 잡았다. 그러나 성적은 58승 69패 1무로 더 떨어졌다. 팀 평균자책점은 5.19까지 치솟았다. 팬들은 실망하며 야구장을 떠나갔고 시즌 중반부터는 팀 내 불화설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즌 후반 김시진 감독은 사실상 ‘식물 감독’이 됐다. 구단과 마찰은 계속됐고 김 감독의 핵심 측근인 정민태 투수코치가 3군 코치로 떨려나갔다. 지난해 말 권영호 수석코치가 팀을 떠난데 이어 김시진 감독의 수족은 모두 잘려나갔다. 감독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으며 가을야구는 물건너갔다. 결국 모든 책임을 김 감독이 사퇴로 짊어졌다. 형식은 김 감독의 자진 사퇴였지만 실제로는 구단에 의해 등 떠밀려 나갔다는 시각이 많다.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시진 감독이 롯데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시진 감독을 향한 롯데 구단의 모욕은 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부진으로 떠나는 감독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감독의 등에 남긴 롯데 구단의 위로는 “잔여 연봉은 없다”였다고 전해진다.

김시진 감독은 떠났다. ‘프로구단’ 롯데는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 다시 사령탑을 모셔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지저분한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승구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의 사랑, 사직구장을 가득 메우던 ‘부산 갈매기’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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