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이라도, 저작권자 허락없이 참고서에 인용했다면 저작권 침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시인 김경성(48)씨 등 11명이 ㈜중앙북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앙북스는 12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동시 '할아버지 등 긁기'의 작가다. 이 시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이후 각종 참고서에 수차례 인용됐다. 중앙북스의 경우 교사 연구용 참고서인 '친절한 쌤 국어'에 이 시를 인용했다. 김씨를 비롯해 비슷한 일을 겪은 작가들은 판매용 참고서에 작품을 무단 게재한 것은 저작권 침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참고서 제작은 영리 목적이므로 김씨 등의 저작물 전부 또는 중요 부분을 그대로 수록한 행위를 적법하다고 인정할 범위는 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저작권자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도 허락을 받으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이상 중앙북스의 작품 수록이 정당한 범위 내에 있는 공정한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북스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다고' 정한 저작권법을 근거로 작품 수록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