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출혈열)는 일단 걸리면 걷잡을 수 없는 출혈과 몸 내부 장기 파괴로 처참하게 사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특히 이 바이러스는 현재 예방법도 치료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20일 현재, 전 세계 46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스페인, 미국 등 의료기술이 선진화 된 나라마저 자국 사망자가 발생, 에볼라 방역이 뚫리면서 그 공포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내 역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 '2014 ITU 전권회의'에 아프리카 관계자의 입국,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 우리 보건인력 파견 등 정부가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에볼라 문제에 있어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설대우 교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볼라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76년, 지금으로부터 거의 40년 전이다. 설 교수는 학계 관계자 의료 전문가 그 누구도 그때의 에볼라가 지금처럼 이렇게 심각하게 대두될 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성이 워낙 커서 발병은 발생지역에 한정되고 그곳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아프리카의 풍토병 정도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 교수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대륙간 전파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추산 사망자는 4600명에 육박했다. 3~4주마다 감염자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WHO 분석과 에볼라가 이제 더이상 아프리카 내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미래가 매우 참담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가 적절히 통제되지 못할 경우 최대 감염자 수가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망자는 최소한 70만명을 넘을 것이고 전세계는 마비 상태에 이를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교수는 보건당국이 현재 상황에 대해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에볼라에 대해 치사율은 높지만, 감염률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단순히 감기와 같이 호흡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들보다 감염률이 낮을 뿐 절대 마음을 놓아서 안된다”며 위험성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에볼라에 감염됐을 때 잠복기(환자와 접촉해 바이러스에 노출돼 증상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에는 감염 우려는 없다”면서도 “열이 오르고,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 스스로도 이것이 에볼라 감염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신체 접촉을 할 가능성이나 다른 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환자가 정부에 의해 격리ㆍ치료 될 수 있지만 이 환자가 발병시까지 만났던 주변 사람들을 일일히 찾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설 교수는 “사실상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이 된다면 이는 100% 정부의 책임이다”며 “특히 우리 의료진에 대한 예방 매뉴얼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우리 의료체계에서는 현재 의료진이 감염환자가로부터 안전하게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9월 말 이후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의료진 팀 던컨이 에볼라 환자에 노출되고 입국한 공항에서 검역으로 걸러내지를 못해 방역이 뚫렸다. 팀 던컨이 에볼라 증상이 시작되고 9월25일날 병원에 갔을 때 단순 감기로 오진, 항생제만 처방하고 귀가했고, 나흘 간 수백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팀 던컨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받고 나서도 문제는 이어졌다. 그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감염 예방을 철저히 지키지 못하고 결국 두 명의 간호사가 감염이 됐다.
설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보다 방역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국내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은 더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따른 대응과 인도적 책임 차원에서 서아프리카 발병국에 우리 의료진을 포함한 보건인력을 발병국에 파견하다는 대응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인류 평화를 위해 의료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면서도 “문제는 파견된 우리 의료 인력들이 현지에서나 귀국후 철저하게 보호 돼야 한다. 그렇지만 감염이 될 경우를 대비한 우리 보건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에볼라를 비롯한 다양한 세계적 감염병이 특정 공간과 환경을 넘어서 우리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래의 감염병에 대한 구체적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고병원성 감염병에 대한 연구와 백신개발에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 국립백신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 미래 큰 위협이 될 감염병에 대한 백신은 당장은 경제성이 없어 보일지 모르나 국립백신연구소는 국립기관이 주도하지 않으면 개발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병원성 감염병 연구에 필수적인 인프라 확충, 백신연구와 개발에 대한 정부연구비를 대폭 확대 등에 대해서도 필요성도 제기했다.